[앵커]
우리 예술단이 어제(1일) 저녁 동평양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13년 만의 공연인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 등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우리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본 것은 처음입니다. 어제 공연 소식, 통일부 취재기자와 자세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김태영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어제 공연 관람, 사전에 우리측과 미리 조율이 됐습니까?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어제 오후 상황부터 설명을 드리면요.
당초 공연은 우리 시간으로 오후 5시 반에 시작하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연 시간을 얼마 안남기고 북측에서 2시간만 늦추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또다시 1시간을 앞당겨 최종적으로 오후 6시 반에 공연을 시작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습니다.
이번엔 배경 설명조차 없었는데요.
이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공연을 관람했다는 사실은 공연이 끝난 뒤에야 확인된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공연이 끝난 건 오후 9시쯤입니다.
이로부터 1시간이 지난 뒤에야 김정은 위원장의 공연 관람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우리 시간으로 오후 6시 40분쯤 공연장인 동평양대극장에 도착했고, 10분 뒤에 시작한 공연은 2시간 10분 간 진행이 됐습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 당초 내일로 예정된 남북 합동공연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일찌감치 공연을 관람했고요. 그 이유에 대해서 김 위원장이 직접 설명했다고요?
[기자]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원래 3일 합동공연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일정이 생겨서 1일 공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단독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합동공연을 봤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출연진에게도 깜짝 방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합니다.
한 출연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내일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 어제 왔다"며 "평양 시민들에게 선물 고맙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올 가을 서울 공연을 제안했습니까?
[기자]
네, 이 역시 출연진 중 1명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들은 말을 취재진에게 전한 것인데요.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며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 이렇게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어제 공연이 끝난 뒤에는 김 위원장이 우리 예술단 출연진과 직접 인사도 나눴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레드벨벳 등 출연진과 악수하고 기념사진도 촬영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 옆에서 공연을 함께 봤던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남측 공연의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공연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제 우리 단독 공연에는 어떤 곡들이 선보였습니까?
[기자]
당초 알려졌던 선곡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공연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총 2시간 10분 진행됐고, 총 11팀이 무대에 올라 26곡을 불렀습니다.
[앵커]
대표적인 곡들을 몇개 꼽아볼까요?
[기자]
우선 북측에서 인기있는 노래가 여러 곡 나왔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인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무대에 올랐구요.
북한 대학생들에게 인기곡으로 알려진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도 예상대로 나왔습니다.
어제 사회를 맡었던 소녀시대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중에서 그 겨울의 찻집과 푸른 버드나무 무대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좀 더 길게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군요.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들도 있었죠?
[기자]
윤도현이 부른 1178이란 노래입니다.
1178은 한반도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의 거리 1178km를 의미합니다.
처음에 우리는 하나였고, 똑같은 노랠 부르고 춤추고로 시작하는 가사에 통일을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앵커]
강산에 씨도 어제 무대에 섰는데, 어떤 노래들을 불렀습니까?
[기자]
강산에씨는 부친이 함경도 북청 출신으로 실향민입니다.
이런 부모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여러곡 만들어 선보인 바 있는데요.
어제 공연에서도 부른 '라구요'와 '명태'가 바로 그런 곡들입니다.
[앵커]
어제 공연의 마무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습니까?
[기자]
조용필의 친구여를 전체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함께 불렀고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로 공연은 마무리됐습니다.
이 역시 한 번 직접 보시겠습니다.
[앵커]
네, 지금 화면을 보면 박수를 치기도 하고 손을 흔들며 화답하기도 하는데, 북한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두 손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수를 치는 등 크게 호응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무대가 끝난 뒤엔 큰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내일은 남북 합동공연이 이어질 예정이죠?
[기자]
네, 내일은 장소를 옮겨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오후에 남북이 합동으로 공연을 펼칩니다.
예술단은 공연을 마친 뒤, 밤늦게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