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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김정은 비핵화 주장은 '새 병에 담긴 낡은 와인'"

입력 2018-03-29 11:36

AP "2011년 5월과 같은 얘기"…NYT "협상 질질끌다 실패한 사례 반복"
"북에 대한 중국 레버리지 부각…북미정상회담 불확실성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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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2011년 5월과 같은 얘기"…NYT "협상 질질끌다 실패한 사례 반복"
"북에 대한 중국 레버리지 부각…북미정상회담 불확실성은 증가"

미 언론 "김정은 비핵화 주장은 '새 병에 담긴 낡은 와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 미국 언론들은 과거 실패했던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고수했던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28일 방중 기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이 발언을 "새 병에 담긴 낡은 포도주"에 비유했다.

2011년 5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만나 "한반도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결국엔 북한 비핵화가 미국이 올바른 조건을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하고, "지금까지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핵무기의 점진적인 감축에 대한 협상 의지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지만, 과거 협상에서 질질 끌다가 결국엔 실패했던 사례를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양보하겠다는 것인지, 그 대가로 무엇을 얻어내고 싶은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담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약속을 반복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이러한 비핵화 발언은 신화통신을 통해 외부에 전해졌지만, 북한 측 발표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독특한 레버리지(지렛대)를 돋보이게 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통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 미래와 관련한 어떤 협상에서든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미국과 전 세계에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매력공세에서 밀려나 있었던 중국이 다가오는 외교회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중요한 주자처럼 보이기 위해 김정은을 초청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또 김 위원장과 달리, 시 주석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이는 북미회담 추진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된 데 대한 불쾌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 제재완화를 약속했다면, 북한이 앞으로의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영국 카디프대학의 세르게이 라드첸코 교수는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하기 전 중국과 상의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이는 중국 리더십에 대한 반항적인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김정은은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상당히 강화했고, 중국에 애원하는 입장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의 정치적 지도자로 베이징에 왔다"고 덧붙였다.

한때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우고 수행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꼽았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쿠데타 등의 걱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이번 북중 정상들의 첫 만남은 5월 말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AP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결국엔 미국의 '큰 양보'를 바란다고 암시한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북한 문제의 '돌파구'가 될 거라는 미국의 기대를 회의적으로 만든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이 북중정상회담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끝나고 평양을 향해 출발할 때까지도 중국이 미국에 공식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CNN 방송도 이러한 점을 근거로 북미정상회담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고 해석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27일 오후 백악관을 방문, 중국을 방문했던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CNN은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한국 특사단에 의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달받고 이를 신속히 수락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직접 확인을 받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한국과 중국에 의해 전달된 메시지로 회담 준비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확인"이라는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이 포진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북·중 대화로 미국이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CNN은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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