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수주를 놓고 대형 건설사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큰 물의를 빚었죠. 수입 가구나 고급 가전 제품을 넣어주겠다며 5000억 원이 넘는 공짜 옵션을 제시해 공사를 따낸 건설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공짜 옵션의 비용은 고스란히 공사비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주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현대건설이 연 주민 설명회 현장입니다.
공사를 맡겨주면 고급 수입 주방 가구는 물론 대리석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제품 등 5026억 원 어치를 공짜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공사로 선정되자 공짜라던 이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시켰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드러난 사실입니다.
다른 강남지역 재건축 시공사 4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상 옵션이라던 발코니 확장이나 현관 스마트도어록, 천정형 에어컨 등 400억 원 어치의 설치 비용을 모두 공사비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반드시 설계에 포함해야 하는 조경과 욕조 설치비를 뺀 채 공사비를 산정해 공사를 따낸 건설사도 적발됐습니다.
국토부는 모두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해 이 중 13건은 수사의뢰했습니다.
공짜라던 혜택을 공사비에 포함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갑니다.
과열 경쟁의 부작용은 결국 추가 비용 부담을 놓고 재건축 시공사와 조합원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