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농약 때문입니다.
이수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얕은 농수로에 독수리 한마리가 엎드려 있습니다.
덫에 걸린 것도 아닌데 눈만 껌뻑이고 있고 두 손으로 잡아봐도 날개조차 움직이지 못합니다.
가까운 논에서도 철새 사체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손바닥만한 오리부터 어른 허벅지만한 큰기러기까지 논두렁을 가득 메운 철새 사체는 수를 세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지난 한 달 충남 아산과 당진에서 신고된 야생조류 폐사 건만 440마리입니다.
[이준석/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 농작물 피해를 우려한 농가에서 뿌려놓은 농약을 오리들이 먹고 그 폐사한 오리를 독수리가 먹어서 연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월 이후 국내에서 야생조류가 집단 폐사한 32건, 633마리를 조사했더니 87.5%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농작물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이 농약 묻힌 볍씨를 일부러 뿌리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센터가 나서 구조 후 농약해독제를 투여해 보지만 손이 달려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고의로 농약 볍씨를 뿌리는 것은 처벌 대상입니다.
하지만 CCTV 등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실제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