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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은행에 "'최흥식 채용비리' 증거 밝혀달라" 요구

입력 2018-03-11 19:00

당국이 피감기관에 이례적 요구…최흥식 "친구 아들 이름 단순 전달" 정면돌파

하나은행 "최흥식 채용과정에 개입 안 했다…점수조작 없었던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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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피감기관에 이례적 요구…최흥식 "친구 아들 이름 단순 전달" 정면돌파

하나은행 "최흥식 채용과정에 개입 안 했다…점수조작 없었던 것으로 보여"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5년 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일자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당국이 피감기관에 '내부 자료를 공표해달라'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 원장은 그동안 김정태 회장 3연임 등과 관련해 금감원과 대립해온 하나금융지주와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채용비리' 논란을 정면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에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조작이나 채용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과거의 채용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면 조속히 이를 검증, 사실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입장을 전날 하나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이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과정에서 개입이나 점수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는 취지로,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채용과정에서 점수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당시 채용 관계자에게 구두로 확인한 내용으로, 하나은행도 아직 정확한 입사 기록은 확인해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팩트 확인을 해보려고 검토 중"이라며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자체 서버에 접속했을 때 증거 인멸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때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넨 바 있다. 당시 지주 회장은 현재 3연임을 앞둔 김 회장, 하나은행장은 김종준 행장이었다.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은 현재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해당 지원자의 점수가 합격선에 미달했는데도 최 원장의 추천으로 최종 합격했을지 여부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이 '내부 추천'일 뿐, 이를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수반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전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안내 자료'에서도 "(은행권 채용실태 검사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를 모두 부정 채용으로 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지난 1월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에서 55명의 추천자 이름이 적힌 'VIP 리스트'를 찾아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점수조작 등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검찰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과거 채용에서 그룹 임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고, 이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알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은 최 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거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못 박으려는 시도다.

또 최근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땐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고, 복구하기 어렵다던 하나은행에서 그보다 전인 2013년의 채용 관련 내용이 제기된 데 대한 금감원의 의구심도 깔려있다.

현재는 하나은행 측이 점수조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추후에라도 최 원장의 연락으로 점수가 조작됐다는 증거가 제시될 경우 최 원장은 자신의 거취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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