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국회] 처음엔 "사실무근" 피해자 나오면 '사과'…진정성 논란

입력 2018-03-01 18:14 수정 2018-03-01 18:2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그들 모두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 이도 있었지요. 그런데 침묵했던 피해자들이 하나둘 용기를 내 밖으로 나오니까, 사실무근이라던 그들은 하나같이 "미안하다"며 사과했습니다. 대중들은 때늦은 사과일지라도, 그 사과의 진정성이 담기길 기대했지만 "덫에 걸렸다"는 엉뚱한 얘기에, 다시 한 번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1일) 양 반장 발제에서는 미투 관련 후속 보도와 여러 뉴스 함께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밤사이 추가된 소식입니다. 어제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전통음악을 전공하는 A씨는 대중음악가이자 유명 드러머인 N씨와 프로젝트 공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N씨는 연습실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그녀를 초대했습니다. N씨는 대뜸 그녀에게 "몸이 죽어있다"면서 옷을 벗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거절했습니다. 두번째 연습 때도 똑같은 요구가 있었습니다. 역시 거절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사탕을 달라고 졸라대듯 계속 그렇게 사정하더라는 겁니다. 더 충격적인 건 당시 그 집에는 N씨의 부인도 함께 있었다는 겁니다.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렇듯이 A씨 역시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왜 그때 더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고통에 시달리나' 그러는 사이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낄낄 대고 웃는 그 N씨를 보면서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겁니다. 자, 대부분 성폭력 가해자들이 그랬듯이 그 N씨, 현재까지 기자들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말, 들어보셨죠. 10대 소녀에게 성적인 감정을 갖는 것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바로 이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사진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 로타씨가 성추행 가해 의혹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로타씨 작품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왔습니다. 특유의 보정 색감, 발그레한 화장, 짧은 기장의 교복 등등, 모델은 모두 성인이었지만 사진 속 로리타 콘셉트는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죠. 하지만 독특한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한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MBC 보도에 따르면, 모델이자 대학생인 A씨는 로타씨와 촬영 도중에 불쾌한 제의를 받았고 또 어깨 위만 촬영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전신 노출 사진을 찍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로타씨로부터 "그럴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던 거죠. 로타 씨는 "촬영 중 동의를 구했고 당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밤사이 사과문을 낸 사람들도 있습니다. 먼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입니다. 박 화백은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온 후배 만화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죠. 박 화백은 그런데 "기억이 안난다"면서 정말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이틀만에 SNS에 사과문을 올린겁니다. 침묵의 배경에 대해서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당시 기억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피해자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가해자에게는 그걸 며칠간 기억해내려고 발버둥쳐야! 겨우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흔한 과거였다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 화백은 그러면서 놀랍게도 말미에는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 화백이 올린 사과문 밑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용기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심은 통할 겁니다", "힘내세요 선생님" "당신을 믿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박재동 화백이 미투운동에 나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응원 댓글이 줄줄 달리고 있는 겁니다.

피해자 이태경씨와 그 남편은 그렇게 달린 댓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태경씨의 남편이 직접 그 사과문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보시죠. "화백님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진심어린 사과라고요? 그걸 왜 여러분들이 판단하십니까? 갑자기 영화 밀양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이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도 영화 속 전도연 님이 예배당에서 미친듯이 의자를 내려치는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라고요. 정 박재동 화백과의 인간적인 정리 때문에 그를 격려해주고 싶다면, 직접 만나서 하거나 핸드폰으로 하십쇼. 피해자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그를 응원하는 건 2차 피해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도 소개해드렸지만 배우 오달수 씨와 김태훈 씨의 사과문도, 오히려 사과를 하고서 더 많은 비난과 화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먼저 배우 오달수 씨 입니다.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성폭력을, 애정에서 비롯된 남녀 사이의 일로 치환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김태훈씨는 한술 더 뜹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에 대해, "사제지간으로 만났고 이후 영화 현장에서 만나 남녀관계를 맺었다"고 했습니다. 역시 합의에 의한 것이었지 일방적인 요구로 이뤄진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건 김태훈 씨는 그때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였습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성추문을 무마하기 위해 스스로 외도를 고백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아무리 진정성을 다해 한다고 해도 본전이면 성공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사과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관련기사

미성년자 성폭행 극단 대표 구속심사…"정말 죄송합니다" 검찰 성추행 조사단, '강제추행' 수사관 수사…전방위 확대 입장 바꾼 오달수, 결국 성추문 사과…진정성 논란 잇단 성폭력 폭로…"참담하다" 고개 숙인 천주교주교회의 이번엔 대학가…"교수가 성추행 했다" 연이은 폭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