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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엄지영, 성추행 피해 고백…오달수 결국 사과

입력 2018-02-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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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7일) < 뉴스룸 >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연극배우 엄지영 씨가 직접 출연해서 배우 오달수 씨에게 당했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지요. 그간 엄지영씨가 겪었을 마음고생과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엄지영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후학들이, 후일 연극 현장에서 그런 일을 또 당하게 될까봐, 용기를 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제 오달수 씨가 직접 입장을 내놔야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조금 전에 입장이 나왔다는 소식이 나왔죠. 오늘 양 반장 발제에서는 관련 소식을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부장 말씀처럼 저도 어제 그 7분여의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성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에 응한다는 것, 이것이 정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얼마나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할 수 있는 건지 뭐 저도 물론 말로는 "이해한다, 이해한다"해도, 솔직히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고통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피해자들이 2차 피해까지 감수하고 직접 얼굴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자명하죠. 그러지 않고서는 가해자들이 꿈쩍도 않기 때문입니다.

자, <뉴스룸>이 그제 첫 보도했습니다. 오달수 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피해자, 음성변조 해서 보도했죠. 그랬더니 오씨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다! 법적 대응 검토하겠다" 했습니다. 자, 이 광경을 지켜본 엄지영 씨, 이랬던 것입니다.

[엄지영/연극배우 (JTBC '뉴스룸' / 어제) :  저는 오달수 씨가 그래도 사과를 할 줄 알았어요.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공개 안 했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게 용서가 안 됐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기는 뭐니뭐니해도,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연극배우가 됐을 때, 자신이 겪은 일을 똑같이! 또! 당하게 할 순 없다는, 그 마음이 간절했다는 거죠. 자, 많은 사람들이 그럽니다. "왜 거절 안했어?" "왜 거기까지 따라갔어?" "거기까지 따라갔다는 건 어느정도 당신도 동의한 것 아냐?"라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귀책사유가 피해자에게 있다는 듯 추궁합니다. 실제 지금 이 순간에도 몇몇 댓글을 보면 엄지영 씨에게 그러고 있습니다. 엄 씨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엄지영/연극배우 (JTBC '뉴스룸' / 어제) : '어, 왜 이러세요'라던가 하면 연습 분위기 자체가 너무 흐려지고 그 선배들이 '야, 너는 내가 너 후배로서 귀여워서 하는 말이었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내가 이상한 사람 되잖아' 이런 식으로 하고 더 거부가 들어가면 연습 중에 쌍욕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그런 식의 분위기가 사실 있었어요, 저희 때는. 저희 때는 무대라는 것도 별로 없었고 저희가 설 수 있는 공연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야, 누구 쓰지 마라. 쟤 싸가지 없다' 이런 얘기들을 해요, 선후배들도. 그런 것들이 너무 무섭고 '나는 연극을 계속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어요.]

엄지영 씨는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 하지만 이렇게 더 용기를 냈습니다.

[엄지영/연극배우 (JTBC '뉴스룸' / 어제) : 그런데 좋아요. 무고죄로 걸면 걸라고 하세요. 저는 진짜로 그게 있었던 일이고 증거는 댈 수 없지만 저한테는 있었던 사실이에요, 분명히.]

자, 하지만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엄지영 씨처럼 용기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은 숨죽인 채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왜?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란 건 어딘가 담벼락에 익명으로 글을 써올리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게 막상 사람들의 입길을 타고 번지면, 두려움이 엄습하죠. 때문에 글을 지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역시 사실이 아닌가보군" 합니다.

또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그런 행동을 보고 자신감을 얻습니다. '이것들 세게 나가면 꼬리를 내리는구나!' 법적 대응을 시사하죠. 무고죄, 명예훼손 운운합니다. 솔직히 두 사람 사이에서만 벌어진 일이고, 오래전의 일이기도 해서 그게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피해자는 더 깊은 침묵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변호사들, 이구동성으로 무고죄라는 거,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한참 과거의 일이라도 자신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을 경우, 설령 증거 부족으로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지라도 내 주장에 상당한 신빙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무고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들 용기내주시고요.

자, 이제 오달수씨 차례입니다. 앞서 "1990년대의 기억을 되짚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던 오달수 씨. 어제 엄지영씨의 고백이 나온 뒤 무려 20시간이 지나 조금 전 입장이 나왔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책임지겠다, 그런데 솔직히 잘 기억이 안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비겁해져서는 안 됩니다. 오달수 씨 본인도 영화에서 본인도 이렇게 말한 적 있습니다. 그 장면 보시는 것으로 오늘 마무리 하죠.

[오달수/배우 (영화 '올드보이' 2003) : 있잖아, 사람은 말이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그러니까 상상을 하지 말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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