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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누 쿠소 구라에. 지키고 싶었던 이름, 그리고…'

입력 2018-02-07 21:28 수정 2018-02-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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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일제강점기 망국의 세월.

나라를 빼앗긴 민족에게 가장 수치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뿌리마저 빼앗고자 했던 일본의 창씨개명 강요였습니다.

"천황을 중심으로
국체의 본의에
철저하도록 한다"
 - 미나미 지로 조선총독 (재임 1936 ~ 1941)

이름은 곧 한 사람의 인격을 상징했으니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마저 지배하는 것이라여겼던 조선총독 미나미의 정책이었습니다.

친일에 앞장섰던 이들이야 앞 다투어 이름을 바꿔댔지만 목숨으로 거부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설사 강압에 의해 억지로 이름을 바꾼다 하더라도 정신만은 빼앗기지 않고자 다짐한 사람들 또한 있었지요.

당시의 한 문인은 일본식으로 읽을 때 '이누 쿠소 구라에' <犬糞食衛> 라고 개명을 했는데,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개X, X이나 먹어라"

그는 이름 안에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표현해 뿌리는 빼앗기지 않았음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달을 품고 있다 했습니다.

"어머니가 보름달이 치마폭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시고는 밝을 명, 넓을 박 자를 넣어서 지었다"

형제들의 돌림자와 다른 한자를 넣었을 정도로 밝았던 달빛의 기운 때문이었을까…

밝을 명. 넓을 박 의 이름을 가진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또한 그가 권력에서 내려온 이후에도…잔월. 즉 달의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서, 의혹을 더하고 있는 중이지요…

오늘 뉴스룸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이 오랜 시간 전국 각지에서 땅을 사들였던 내역을 조사했습니다.

모두 우연이었을까.

그 지역들은 대부분 개발이 검토되었거나 땅값이 치솟았던 지역이었습니다.

더구나 고인의 부인은 남편에게 상속받은 그 넓은 토지의 위치마저 알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속받은 부동산이 실은 전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진술했던 대통령의 조카와…검찰이 의혹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

그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형제간 돌림자마저 거부했던 그 널리 밝아 자랑스럽던 이름은 왜 굳이 감춰뒀던 것일까…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름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

혹은 억지로 개명한 이름 안에 개와 오물과 욕설이라도 넣어 수치스러움을 나타내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의 이름에는 부끄러움이 담겨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너무 밝아 차라리 감추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밝아 감출 수 없는 것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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