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여기저기에서 소방 안전 점검을 하고 있지요. 밀착카메라는 전통시장 상황을 좀 보고 왔습니다. 가까이 붙어있는 점포들 사이로, 전깃줄이 얽혀있고 불쏘시개가 될 만한 물건들이 널려있고 위태로운 곳이 많았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이 시장을 집어 삼키자 상가의 뼈대만 보인니다.
소방관들이 열심히 물을 뿌려보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습니다.
전통 시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점포들이 밀집한 구조로 인해 피해 규모는 더 큽니다.
실제 올 겨울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통시장 화재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김용분/화재 피해 상인 : (피해액이) 1000만원 정도 될 것 같아요. 싹 버리고 다시 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어서 그걸 다행이라 치고 위로로 삼는 거죠.]
특히 지난 5년간 전통시장 화재 절반이 누전이나 합선 같은 전기설비의 문제인데 시설이 노후화 돼 화재가 잦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불이 나 18개의 점포가 타버린 청량리 전통시장입니다.
이 위쪽의 슬레이트 지붕은 불에 타서 구겨져서 내려앉아 있고요.
이 안쪽에는 물건을 담았던 상자들도 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화재를 겪고 난 뒤 화재의 위험은 제거가 됐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옆 점포를 비롯해 전깃줄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깃줄에 앉은 먼지는 누전으로 생긴 작은 불꽃도 화재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식당이 밀집해있는 시장의 한 골목입니다.
위를 보면 전선 피복이 벗겨져서 전선 안쪽이 다 드러난 것을 보실 수 있고요.
그 위에는 전선 여러 개가 얼기설기 얽혀있습니다.
또 이것은 도시가스관인데요, 도시가스관에도 전선이 지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게 사이에는 불이 났을 때 불을 키울 수 있는 스티로폼과 나무 목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골목에는 종이상자들을 쌓아둬 불이 번지기 쉽고 불판 바로 옆에 가스통이 붙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콘센트 문어발 사용도 눈에 띕니다.
골목 곳곳에는 화재 시 불쏘시개로 둔갑할 수 있는 상품 재고들도 눈에 띕니다.
명절을 맞아 인근 소방서에서 화재 위험 매뉴얼을 나눠줬습니다.
이 매뉴얼에는 LPG용기 옆에 난로를 놓지 말라고 했지만 가스통 바로 옆에 난로를 놓은 곳이 많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한 상점에서만 여러 개의 난로를 씁니다.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장 상인 : 수분 있는 고사리, 호박, 오이 딴 건 몰라도 이런 건 무조건 얼어요. 몇 박스를 버렸어요. 지난주에도…]
위급 상황에 대처할 시설도 부실한 곳이 많습니다.
가게 앞에 소화기가 방치되어있어 살펴보니 고장난 소화기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통 시장에서 보험에 가입한 가게는 10곳 중 4곳이 채 안됩니다.
[시장 상인 : 보험료 부담이 좀 되죠. 이게 소멸성이라. (보험을) 들다가 마는 경우도 있는데 중지하면 돌려받는 게 없잖아요.]
가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곳도 많습니다.
[김용분/화재 피해 상인 : 사진 찍어 가더니 (가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불나면 쉽게 타는 건물이라 이거지.]
화재 위험요소가 곳곳에 보이는데도 개선이 안 되는 탓에 전통시장 화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설 개선과 함께 제도적 개선도 시급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조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