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화재로 피해가 컸던 만큼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습니다. 환자들의 탈출을 돕던 30대 간호조무사는 결국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또 교통사고를 당해 함께 입원했던 60대 부부는 남편만 목숨을 건지며 생사가 갈렸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하나 밖에 없는 딸… 어떻게 하느냐고…]
서른일곱, 젊은 딸의 영정 앞에서 어머니는 주저앉았습니다.
세종병원에서 5년 넘게 간호조무사로 일한 김라희 씨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30여분 뒤, 남편에게 라희 씨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모 씨/김씨 남편 : 살려달라는 게 들렸어. 목소리 다급하고 그래서…무작정 뛰었어요. 500~600m 되는 거리를… ]
그 사이 김 씨는 병원 2층 병실을 돌아다니며 불이 났다고 소리쳤습니다.
[양혜경 (67세) : 간호사님이 막 불났다고 이리 오시라고 해서 알았지요.]
당시 2층에는 환자가 30여 명 넘게 있었습니다.
[이윤후 (75세) :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더라고… 우리 다 모르고 그 방에서 못 나왔지 그 소리 안 들었으면…]
라희 씨는 결국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모 씨/김씨 남편 : 여기까지만 같이 나가자고 알린다고, 저기까지만 가야지하고 했는데…내 입장에선 너무 가슴이 아파요.]
교통사고를 당해 같이 입원했던 60대 부부도 생사가 갈렸습니다.
[유가족 : 엄마 왜 안 들고 나왔나 그 생각 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빠 집에 계셨고 현장으로 갔는데 못 가게 막아서 발만 동동 구르시다가…]
장애를 가진 10대 아들을 둔 서른다섯 엄마도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