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분 계실지 모르겠는데 얼마 전 도심 전광판에 좀 낯선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건 위안부 피해자인 안점순 할머니였지요. 안점순 할머니가 최근 구순을 맞았습니다. 올해는 소녀상을 닦아주던 여학생들과 사회적 기업까지 나서서 할머니에게 특별한 생일을 선물했습니다.
최수연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거리를 지나다 문득 발걸음을 멈춥니다. 잠깐 고개 들어 멀리 바라봅니다.
고층 건물 전광판에 낯선 영상이 보여서입니다.
주름 가득한 할머니 얼굴이 나옵니다.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닙니다.
[임채란/시민 : 찡했어요. (전광판엔) 아이돌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할머니 나오고…]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입니다.
올해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 영상입니다.
한 사회적 기업이 한 달 전부터 전광판을 빌려 영상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는 직접 보러갈 수 없습니다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입니다.
작은 화면으로 보고 그래도 웃음 짓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게 처음이라 털어놓습니다.
[안점순/할머니 : 그놈들한테 끌려 다니면서 고생고생하고… 생일이 어딨고…]
14살 때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는 오래도록 생일이 없었습니다.
견디기 힘든 폭력과 마주하는 똑같은 하루일 뿐이었습니다.
90년 살아온 동안 올해 생일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안점순/할머니 : 구순 잔치할 때 그 때가 제일 좋았어…]
많은 시민들과 가족들이 모여 만든 생일 잔치였습니다
할머니가 끌려가던 때와 비슷한 나이 소녀들은 집 근처 소녀상을 닦았습니다.
한 단체는 할머니를 닮은 꽃 이미지를 선물했습니다.
[안점순/할머니 :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드나 말이야…좋은 일이나 보고 눈을 감아야 될텐데…]
이제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31명 남았습니다.
90살 안 할머니는 먼저 간 친구들 만나러 갈 때 웃는 얼굴일 거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