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 강점기에 한 여학생이 11개월을 꼬박 쓴 일기가 공개됐습니다. 일본어를 쓰는지 검사 받고 일본 육군가도 배우던 당시 모습이 담겼습니다. 훌륭한 신민이 되겠다고 애써 다짐하면서도 내 나라는 어딘지 혼란스러워 한 소녀는 아픈 역사의 자화상입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학교에서는 물론 등하교를 할 때와 집에서도 일본어를 늘 써라.
6월 11일에 교장이 한 말입니다.
7월 15일, 중일전쟁 때문에 학교가 어수선한 분위기로 가득하다고 기록했습니다.
일본육군가를 배워서 역으로 나가 군인을 환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대구의 한 여학생이 쓴 일기입니다.
[김정학/대구교육박물관 설립추진단장 : 조선인이면서 일제강점기 시대에 사는 학생으로서의 이중적인 슬픈 모습들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기에는 메이지 천황과 일본 황실의 왕족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매일 일본인교사가 일기를 검열하고 확인도장을 찍었습니다.
일장기를 손에 들고 만세삼창을 외친 날도, 훌륭한 황국신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은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줄 모르겠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말로 15살 소녀의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타 오사무/일본 동지사대학 교수 ('여학생일기' 발견·연구) : 어렵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럽고 피곤해 있다던지 때로는 불평이나 비판을 적기도 하였고…]
한 일본인 교수가 한국의 헌책방에서 찾은 '여학생일기'는 오는 6월에 문을 열 대구교육박물관에 전시됩니다.
(영상디자인 : 이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