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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날 밤 서울의 야경은 휘황찬란했습니다'

입력 2018-01-03 21:31 수정 2018-01-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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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날 밤 서울의 야경은 휘황찬란했습니다. 1972년 9월 14일 밤… 가족들은 모두 손을 잡고 남산을 올랐지요. 

물론 요즘의 서울 야경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날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야경은 그때까지의 모습과는 비교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들은 바로 그 서울의 야경으로 대문짝만하게 장식됐습니다. 

제목은 '서울엔 밤이 없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습니다. 바로 북한 적십자회 대표단이 분단 이후 처음, 공식적으로 서울로 내려와 있던 때였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그해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뒤에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바로 이어진 10월 유신, 즉 영구 집권을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는 의심을 받게 되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그날 정부는 서울 시내 모든 건물에 한밤중에도 불을 켜도록 유도했습니다. 
 
체제 대결이 극심하게 이뤄졌던 시기에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해서라도 체제의 우위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이지요.

물론 그것은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통선 근처의 위장 가옥은 이제는 화젯거리도 안 됩니다만, 자신들의 처지를 부풀려 선전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체제 경쟁과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그런 부풀리기, 혹은 불리하면 숨기기가 계속됐습니다.

아마도 자위를 위해 개발했다는 핵무기는 그러한 체제 경쟁의 결정판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압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그 체제 경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이제 다시 참으로 오랜만에…남과 북이 작은 통로나마 열어놓고 오가게 된다면… 우리에겐 더 가릴 것도, 더 과장해서 보여줄 것도 없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광장을 거쳐서 여기까지 와있으며 그 광장에서 공화국을 진정 공화국으로 만든 시민이라는 것을…

그래서…서울의 야경은 누가 켜라 하지 않아도 이미 밝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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