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천 참사를 계기로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평소에 늘 잘 확보가 돼 있어야 하는 비상구, 그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지요. 저희 취재진이 목욕탕 건물을 비롯해서 현장을 점검해보니 제천 스포츠센터와 상황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사망자 29명 가운데 20명은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발견됐습니다.
비상구는 가로 막혔고 그나마 잠겨 있었습니다.
열리지 않는 비상문은 제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의 한 목욕탕 내부입니다.
비상문을 찾아 열어 봤지만 열리질 않습니다.
목욕 바구니를 보관하는 선반에 막혀 있는 겁니다.
커튼에 가려 비상문이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업주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목욕탕 관계자 : 불나는 예가 별로 없으니까 솔직히 어디 목욕탕을 가든 그럴 거예요.]
비상문을 열고 나가도 탈출은 쉽지 않습니다.
타고 내려가야할 완강기는 녹이 슬어 위태롭습니다.
탈출에 쓸 도구가 담긴 상자는 아예 열리질 않지만 소방 관계자들은 이를 모두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호소합니다.
[소방 관계자 : 전체를 다 확인할 수 없다 보니까. 업주들한테 맡기는 부분도 있죠.]
위험에 무방비인 건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피 통로로 쓸 계단엔 자전거와 물건이 빼곡합니다.
닫혀 있어야 할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20층에서 지상까지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4분.
연기로 가득찬 공간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참사가 반복되지만 생활 속 안전 불감증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