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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어차피 곧 끝날 관심 아닌가요?'

입력 2017-12-26 21:40 수정 2017-12-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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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국종 교수는 말했습니다. "어차피 곧 끝날 관심 아닌가요?"

그는 왜 이렇게 시니컬해졌는가? 천성이 그런 것인가? 아니면 반복된 경험과 학습의 결과인가?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는 추측은 그날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도 증명된 바… 그는 성형외과와 관련된 진행자의 시니컬한 질문에 오히려 신중한 감싸기로 답을 했으니 말입니다.

반복된 경험과 학습의 효과…이국종 교수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2011년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말한 2011년은 다름 아닌, 6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낸 그 해였습니다. 당시에도 열악한 외상센터에 대한 반성이 있었지만, 관심이 사그라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 출연했던 알랭 드 보통은 "인류의 절반이 매일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언론을 통해 결코 접할 수 없는 헤드라인"이라면서 뉴스 과잉의 시대를 비판했지요.

그래서인가… 뉴스는 넘쳐나지만 진정 우리가 끝까지 관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서 미디어는 말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지난주 역시 이 자리에 출연했던,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아버지 조성철 씨가 했던 말은 알랭 드 보통이 말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억울하게 이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스물아홉의 생명과 그 가족들의 삶을 무너뜨린 제천의 화재참사…부인을 잃은 남편의 말은 차라리 처연함에 가깝습니다.

"소방 공무원을 벌주지 마라…벌주고 징계하면 용서를 빌고 그게 끝이다."

모든 이들이 잊혀짐을 경계하고 두려워하지만, 이 또한 잊혀지는 것인가…

알랭 드 보통의 말은 틀렸다고… 우리 뉴스는 그래도 어젠다 키핑을 내세우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키겠다고 되뇌지만…

세상의 빛조차 보지 못하고 떠나간 신생아들과 그 가족의 아픔마저 갑자기 기억 저편으로 가버린 듯한 느낌에 소스라치게 되는 오늘…

그래서 그가 시니컬하게 뱉은 말…

"어차피 곧 끝날 관심 아닌가요?"

이 말이 두려워지는 오늘…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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