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조금 전 토론회에서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을 연결합니다.
김현기 특파원! 틸러슨 장관이 예전부터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 왔는데 북한과의 첫 만남은 전제조건 없이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군요. 이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기자]
이날 토론회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였는데요.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미국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과의 첫 만남은 전제조건 없이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60일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었죠. 따라서 이날 틸러슨이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하고 나선 건 상당한 변화로 보입니다.
또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연료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품목의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등 자신이 추진한 압박, 제재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한편,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라는 표현은 틸러슨이 취임 후 처음 사용한 표현인데요. 그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틸러슨은 토론회에 앞서 국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송년 연설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외교가 할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선다. 그렇게 되면 나의 실패다. 난 실패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앵커]
외교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이같은 여운을 남긴 발언으로도 해석되는데 군사행동에 대한 발언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다소 이례적으로 외교적 해법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비중있게 언급했습니다.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을 감안해 군사작전 담당자로 하여금 가능한 모든 수단을 세우도록 지시했고, 그것이 다 완성이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손을 떠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나설 차례가 올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렉스 틸러슨/미 국무장관 : 난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가 나설 순서가 될 경우 성공적으로 임무를 해낼 것으로 믿는다.]
[앵커]
김현기 특파원, 오늘 같은 토론회에 참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북핵문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틸러슨 장관과 달리 한미 FTA를 집중 거론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기자]
로스 장관은 이날 이제까지 내놓은 어떤 발언보다 강한 단어를 구사하며 한미 FTA로 불공정 무역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로스 장관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윌버 로스/미 상무장관 : 이건 속임수를 쓰거나 규칙을 어기거나 경제공격을 하는 것에 대한 공개 경고다. 일부 한국 기업들도 유감스럽게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해오고 있다.]
로스 장관은 또 대 한국 무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분야의 적자라면서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의무규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또 올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대비 40억 달러, 약 4조4000억 원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하면서도 그것만 갖고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로스 장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윌버 로스/미 상무장관 : 우린 일시적인 (무역흑자) 자제가 아닌 항구적인 해법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미국의 자동차와 다른 수출품목에 중대한 비관세장벽을 부과하고 있다.]
[앵커]
상당히 강도가 높은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왜 이같은 발언을 이 시점에 내놓았을까요?
[기자]
네, 실제 이날 로스 장관의 토론 세션이 끝난 다음 상당수 참석자들이 "이렇게 강한 발언을 할 지 몰랐다. 한미 파트너십을 논하는 자리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들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날짜에 맞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밀착하려 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우선주의가 단순한 구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주미 한국대사 등 한국 측 관계자들이 대거 모인 이날 토론회를 빌어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로스 장관은 이날 미국은 큰 나라 중 가장 보호무역을 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더 이상 미국인의 일자리와 부, 그리고 지적 재산을 훔쳐가는 불공정 무역, 불공정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