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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낚싯배 생존자 구한 '에어포켓·방수폰·썰물'

입력 2017-12-05 18:01 수정 2017-12-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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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낚싯배 충돌사고 실종자 2명의 시신이 모두 발견됐습니다.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내일(6일)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들은 바닷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에어포켓 속에서 구조 요청을 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텼다고 합니다. 청와대 발제에서 생존자들의 구조 과정을 비롯해 사고 조사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생사 가른 '에어포켓'

3명의 낚싯배 생존자는 2시간 40여 분간 선실 안에 남아있던 공기층 에어포켓 속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생존자들에게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힘든 기억일 겁니다.

심모 씨와 친구 2명은 조타실 아래 쪽방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배가 뒤집힌 뒤 목까지 바닷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생존자 심모 씨 (음성대역 / 자료출처 : 연합뉴스) : 낚싯배 밖으로 나가려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방수가 되는 스마트폰으로 신고했습니다. ]

물에 잠겨버린 다른 선실과 달리 에어포켓이 남아있었던 건 천만다행이었지만, 갈수록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숨이 계속 찼다고 합니다.

[생존자 심모 씨 (음성대역 / 자료출처 : 연합뉴스) : 물이 차갑고 산소가 부족한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죽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말을 줄이고 스마트폰 배터리도 아끼면서 1시간 30분을 버티자 썰물 때가 찾아왔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공기가 조금 더 공급됐고, 몸을 피할 수 있는 선반도 나타났습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 선반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면 저체온증이 닥칠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생존자들이 극적으로 구조됐던 것과 달리, 사고 발생 사흘째인 오늘 실종자 2명은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먼저 오전 9시 37분쯤 영흥도 한 해수욕장 갯벌에서 낚싯배 선장 오모 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2.7~3km가량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선장 오 씨의 아들이 육안으로 아버지의 시신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또 오후에는 추가로 시신 1구가 인근에서 발견돼 실종자 수색이 완료됐습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낚싯배 사고가 재발하는 이유를 철저히 따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어제 청와대 회의와 마찬가지로 오늘 국무회의도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 사망자의 장례식이 오늘부터 며칠에 걸쳐서 엄수됩니다. 오늘은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먼저 올리고자 합니다. 2년 전에 발생했던 돌고래호 사고 이후에 소방 부처가 낚시 어선 안전 관리 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해왔는데도 이번에 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지… 원점에서 점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영흥도 낚시 어선 충돌사고를 보면 몇 가지 나아진 점도 있지만 나아지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해경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제주도 추자도 해역에서 침몰한 돌고래호 사고로 처남을 잃은 유가족 최영태 씨는 "바다에서 10분을 넘어가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번에도 해경은 골든타임을 놓쳤다"면서 당시와 비교할 때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흘 전, 다급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경은 오전 6시 9분에 첫 신고를 받았는데, 보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 42분입니다. 이동 거리가 1.85km에 불과한데 30여 분이 걸린 겁니다. 게다가 해경은 어제 최초 신고 접수 시각을 오전 6시 9분에서 오전 6시 5분으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첫 신고부터 현장에 최초로 해경 인력이 도착할 때까지 37분이 걸린 겁니다.

좀 더 자세히 해경의 분 단위 행적을 살펴보면 해경 직원 3명은 6시 13분, 보트가 있는 곳으로 갔지만, 곧바로 출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항하는 데까지는 또 13분이 걸렸습니다.

[황준현/인천해양경찰서장 (어제 / 3차 브리핑) : 직원 3명이 구조보트 계류 장소에 도착하였으나 주위에 민간 선박 7척이 함께 계류되어 있어 이를 이동 조치하고 6시 26분경 출항하였습니다. 당시 해역은 일출 전으로 어둡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는 상태였으며 파출소 구조보트는 야간 항해를 위한 레이더가 없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육안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역시나 '인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고 해역에는 새벽에 50여 대의 어선과 낚싯배가 드나드는데, 큰 배들과 항로가 겹쳐 새벽 시간대에는 특히나 조심해야 하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급유선 선장 전모 씨 역시 조사에서 "(어선이)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죠. 가뜩이나 좁은 수로를 두 선박이 같은 방향으로 통과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까워지다가 충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지검은 오늘 급유선 선장과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웠던 갑판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구속 여부는 내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낚싯배 실종자 2명 모두 발견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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