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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열발전소 '고압' 정황…지진촉매제 역할 가능성

입력 2017-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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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 지열 발전소의 시추 과정부터 물을 주입하는 작업까지 강한 압력이 가해진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열 발전소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박준우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박 기자, 중국 업체가 포항 지열 발전소의 시추와 물작업까지 맡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애초 프로젝트를 맡았던 넥스지오는 시추 과정에서 파이프가 절단되는 바람에 작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당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파이프를 빼내기 위해서 200톤이 넘는 압력을 가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중국 기업인 유니온 페트로에게 시추 작업과 남은 수리 작업을 외주를 맡기게 된 것입니다.

물 주입 작업에 강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도 유니온페트로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앵커]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가해졌던 수압이 어느 정도나 강했던 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열발전이 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물 주입의 양과, 물 주입의 압력과 세기입니다.

일반적인 해외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실증 사례와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실제로 지금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프랑스 솔츠란 지역을 한 번 살펴보실게요.

평균적으로 15MPa 전후의 수압을 사용했습니다.

포항에서는 89MPa의 수압이 가해졌는데 솔츠의 약 6배 수준에 달합니다.

89MPa이라고 하면 감이 안 오실텐데요. 기압으로 따지면 880기압 정도입니다.

TNT폭약으로 1000톤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정도 수압이면 단순히 자극이 아니라 거의 암반 파쇄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해외 실증 사례를 다시 보시겠습니다.

이렇게 수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진동 규모도 커지는 정비례 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이렇게 강한 수압을 가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지열발전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2개의 파이프를 지하 4km 지점까지 깊숙히 넣은 뒤, 그 사이에 인공적인 물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주입정에 넣은 물이 땅속에 형성된 지열을 통해 가열받게 되면, 증기로 변해서 생산정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 때 그 증기가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거든요.

하지만 파이프 거리가 600m에 달하기 때문에 수압이 세야 그만큼 물줄기도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유니온페트로 홈페이지를 보면 생산정에서 나온 물의 유량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 넥스지오 측이 공고를 냈던 게 60L/sec, 한마디로 1초에 60리터 가량의 물이 생산정으로 회수되는 걸 바랐던 건데요.

유니온 페트로가 달성한 건 8L/sec입니다. 목표치의 15%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더 강한 수압으로 물을 보내 유량을 높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포항 지진은 물 주입을 마치고 두 달쯤 뒤에 발생했습니다. 당시에 아무리 수압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두 달쯤 뒤에 지진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까?

[기자]

사실 상관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중단된 것은 9월 18일이고요, 두 달이 지난 11월 15일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엘 살바도르의 한 지열발전소의 경우 물주입 후 2주가 지난 시점에 규모 3.6 의 지진이 발생했고, 프랑스 솔츠에서도 물 주입 10일이 지난 뒤 2.6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포항의 경우에는 발전소 물주입과 지진 사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의 촉매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지열 발전소와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명확하게 밝혀진 상태는 아니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검증 작업이 이뤄지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준우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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