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고은 시인의 만인보, 이 만인보를 누구나 쓸 수 있는 만인의 장소가 생겼습니다.
어떤 곳인지 권근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책더미가 만든 좁은 길, 시인이 그 길을 조심조심 지나갑니다.
승려로 지냈던 젊은 날부터 감시와 투옥, 블랙리스트까지, 시인의 인생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앉은뱅이 탁자 위엔 책과 원고가 가득하고, 펼쳐놓은 책 위엔 안경이 놓였습니다.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썼던 경기도 안성의 옛 서재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노야'/작시 고은 :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시인의 노래를 부르는 개막식에선 감회에 젖은 시인도 한 수 낭송합니다.
['선제리 아낙네들'/시집 '만인보' 중에서 :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세상이더냐.]
고은 시인은 25년간 '만인보' 서른 권을 펴내며, 4001편의 시를 썼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은 물론, 독립운동에 나선 걸인과 기생 등 이름 없이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고은/시인 : 자기 가족 이야기도 쓰고 이웃 사람도 쓰고 하는 만인의 장소가 되길]
만인의 방 앞에 마련된 책상은 4002번째 만인보를 쓸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