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로사 문제를 취재한 강희연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강 기자,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과로 사회라고 볼 수 있겠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 노동자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깁니다.
전체 평균보다도 305시간이 더 많은데요, 일본과 비교하면 44일을 더 일한 셈입니다.
고 최완순 씨의 경우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습니다. 최 씨는 사망 2주 전에 70시간을 근무했고, 12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를 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60시간 초과할 경우 만성과로로 판단하는데요, 최 씨의 경우도 만성과로에 해당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과로사와 과로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 같고요. 유가족들이 현재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어떤 것입니까?
[기자]
네, 남겨진 유족들은 가족의 빈자리를 슬퍼하기도 전에 산재 신청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산재 인정이 가능한지조차 모르는 무기력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말합니다.
유족들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예숙씨/고 최완순씨 부인 : 산재를 당했을 때 당연히 회사에서 나서서 해주려니 하지 그게 예우 아닌가. 내 발로 나서서 산재 처리 절차를 아는 유족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앵커]
그러니까 산재를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는 입증 책임을 유가족들이 지고 있기 때문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고인이 장시간 근무했다는 사실을 유족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노무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우탁/노무사 : 그 데이터가 다 회사에 있거든요. 회사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고, 자료가 미비한 상태에서 사건이 진행되다 보니 승인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과로사 산재 승인 비율은 25.9%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재 승인이 많을수록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사회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산재도 그렇지만 유족들의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치유를 받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족들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유족들은 가족의 죽음, 또 산재 신청이라는 문제들을 신경 쓰면서 정작 본인들 마음의 병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요.
사실상 한국의 경우 제대로 치유해 줄 수 있는 기관이나 모임이 많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정주영/심리치료사 : 과로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심리 치료도 메뉴얼화 하고 체계 잡히고 사회적 지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미 26년 전 과로사 유족 모임이 결성된 일본의 경우, 3년 전 과로사방지법 제정 이후에 정부 예산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임에는 유족뿐 아니라 변호사, 교수, 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네,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서 과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 같고, 산재 처리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강희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