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위나 핀셋 같은 의료 용품을 간호사가 사비로 사야 하는 병원이 있습니다. 작은 개인 병원도 아닌 유명 대학병원에서입니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윤정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노원구의 을지대학교 병원은 한 달째 파업중입니다.
갈등의 시작은 병원의 과도한 비용절감과 노조 활동 방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입니다.
한 병동의 간호사실 회비 지출 장부입니다.
의료용 가위와 체온계, 핀셋을 비롯해 저울과 수술용 바늘까지 간호사들이 낸 돈으로 구입했습니다.
[A씨/간호사 : 욕창 환자한테 당장 필요한 드레싱폼을 병원에서는 구해줄 수 없고 환자는 써야 할 때 제가 약국 가서 사온 적도 있어요.]
병동의 정수기 렌탈비마저 간호사가 부담했습니다. 최종 피해는 환자 몫입니다.
[B씨/간호사 : (의료) 물품이 없어지거나 부족하면 간호사의 사비로 충당을 해야하기 때문에 환자의 안위보다는 (물품을) 더 아끼게 되죠.]
환자복이 부족해 사복을 입은 채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려 노조에 가입하려 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C씨/간호사 : 파트장님이(제가 노조 가입한 걸) 아시고서 그런 멍청한 짓을 왜 하고있냐. 일이나 똑바로 배우지 노조에 가입해 병동 분위기 망치냐.]
노조 탈퇴 회유에는 간호사들의 출신학교 은사까지 동원됐습니다.
병원 측은 일부 관리자의 일탈이라며 노조 활동을 방해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의료용품을 사비로 구입한 것은 물품 조달이 충분치 않아서였다며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