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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다시 하세요"…대법원에서 깨진 김명수 대법원장 판결

입력 2017-11-04 17:38

일선 재판부 시절 판결 상당수를 대법원서 심리하는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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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재판부 시절 판결 상당수를 대법원서 심리하는 '진풍경'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선고한 2심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깨져 되돌아가는 보기드문 풍경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고등부장에서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면서 일어나게 된 모습이다.

4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임명 직전까지 일선에서 재판 업무를 했던 터라 그가 내린 2심 판결이 상고돼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최근 하급심으로 되돌아갔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있으면 이를 깨고 직접 선고(파기자판)하거나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거나(파기환송) 원심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으로 보내는(파기이송)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최근 김천시 교향악단 전 단원들이 김천시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선고했다.

기존 단원을 재위촉하지 않고 신규 전형을 내걸어 새로 단원을 뽑은 시의 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사건으로, 김 대법원장이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2심을 맡았다.

당시 김 대법원장 재판부는 "기존 단원들에게 재위촉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지만, 신규 전형을 거쳐 새 단원을 선발한 김천시의 처분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는 "신규 전형에서 지역거주 요건을 둔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아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8월 21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이틀 뒤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8월 23일 육아휴직급여 반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휴직급여를 환수해간 고용노동청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 재판장이었던 김 대법원장은 아이와 떨어져 거주한 육아휴직자가 받은 휴직급여는 부정하게 받은 급여라며 반환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따라 '부정수급'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건도 많다.

김 대법원장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출장목욕 등 방문요양 서비스를 노인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는데, 이 사건은 건강보험공단이 상고해 대법원이 1년 8개월째 심리 중이다.

이밖에도 김 대법원장이 고법 부장 시절 선고한 여러 사건이 대법원에 넘어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2월까지 서울고법 행정10부에서 재판했고, 춘천지법원장 시절에도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재판장을 맡아 많은 2심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2심 판결을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구도여서 다소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법원장이 과거 선고한 판결이라도 각 대법관이 자유로운 법적 판단에 따라 심사하는 것이 건강한 사법부의 모습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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