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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관리는 누가…'시들어가는' 산촌생태마을

입력 2017-11-01 22:09 수정 2017-11-0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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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산촌 지역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생태마을'을 조성했습니다. 전국에 300곳이 넘습니다. 그런데 운영과 관리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다 보니까 곳곳에 문제가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양평군의 한 마을입니다. 이쪽에 '산촌생태마을'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는데요. 그 옆에 있는 작은 표지판은 색이 너무 바래서 무슨 내용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 뒤쪽에 있는 건물이 '산채 판매장'이라는 곳인데요. 가까이서 보면 산채는 찾아볼 수 없고, 옷들만 걸려 있습니다. 옆에서 보니까 청소도구 외에 판매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나무로 만든 공연장은 군데군데 갈라졌고 못이 박힌 판자는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7년 전 지자체가 12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산촌생태마을입니다.

시설은 다양하지만 제대로 관리한 흔적은 찾기 어렵습니다.

씨름판은 모래 대신 잡초로 뒤덮였고, 투숙객을 위해 만든 펜션은 수년째 개장휴업 상태입니다.

5채 가운데 외지인이 월세로 빌린 두 곳을 뺀 나머지는 빈방일 때가 더 많습니다.

[주민 : 펜션식으로 하루하루 빌려주고 1년 정산해보면 정산하기도 힘들고, 골치 아파서 그냥 월세로 주려고…]

또 다른 산촌생태마을입니다.

10억 원을 들여 마을회관을 고치고 숙박과 체험시설을 갖춘 건물을 만들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내부는 상자를 쌓아놓는 창고로 사용 중이고, 건물 옆에는 술병만 잔뜩 있습니다.

주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처음부터 자체적인 운영은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주민 : '수익성을 갖고 마을 발전에 쓴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이런 게 왜 필요하냐. 노인들 필요한 걸 해달라 그랬더니, 다시 할 거라고 하더니 해주지도 않았어.]

산촌생태마을 조성 사업은 마을마다 특색있는 체험 시설을 마련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취지로 1995년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청하면 산림청이 검토 후 선정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산촌생태마을은 전국 312곳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예산이 끊기자, 관리 책임은 사실상 주민들만 떠안게 됐습니다.

지난 8월 산림청이 실태 조사한 결과 27%에 달하는 84곳이 부실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허가 없이 조성됐거나 용도 외에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방치해놓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산림청이 예산을 다시 확보해 올해부터 지원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민 : 저런 나무 쭉 심었어요. 직원들 20~30명 데리고 와서 사진 찍고. 보여주기, 보여주기.]

산림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모범 생태마을 홍보를 계속하는 한편, 올 연말까지 개선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곳당 10억 원 넘게 쏟아 부은 생태마을 일부는 지역의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보다 긴 안목의 지원과 함께,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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