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여당] 국정원은 청 현금금고?…'뇌물' 돼 버린 특활비

입력 2017-11-01 18:52 수정 2017-11-01 19: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받은 돈 외에도 청와대가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은 물론 안봉근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도 금품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죠. 이쯤이면 국정원이 청와대의 현금 금고였나 싶을 정도입니다. 최 반장 발제에서는 '뇌물'이 되어버린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 상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기자]

오랜만에 최 반장의 '다섯씨네'로 시작하겠습니다. 다섯시 정치부회의와 씨네마. 영화를 다룬다는 건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상미를 보여준 드라마 '밀회'입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의 은밀한 특수활동비 거래. 그야말로 '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검찰은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이 매달 1억 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두 비서관이 먼저 요구했고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1억 원, 그러니까 5만 원권 2000장이 담긴 007가방을 건네받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뇌물죄'를 적용해 이재만-안봉근 씨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인데요. 국정농단 수사 1년 만에 새 국면으로 접어든 과정에는 국정원 예산을 총괄한 이헌수 전 기조실장의 상세한 진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밀회'의 김희애 씨가 만약 수사관이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요.

"이건 특급칭찬이야"

두 비서관은 사실관계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검찰 조사에는 다소 비협조적인 태도라고 합니다. 물론 검찰도 이 전 실장의 진술과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하는데, 전직 두 비서관과 검찰의 현재 심경 아마 이 같을 겁니다.

"남의 말만 듣고 함부로 판단하는 거…정말 위험해."

"나 예의 지킬 만큼 지키고 있거든요? 증거 다 있거든요. 토 나와서 안 까는 것뿐이거든요!"

검찰은 이들이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점, 그리고 안봉근-이재만 씨가 2013년부터 2년씩 순차적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과거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의원 (2014년 7월 7일) : (청와대에서) 왜 밤에 자주 외출하시죠? 그것도 서류를 잔뜩 싸들고 밤에 외출을 하는 걸 본 사람이 있더라고요.]

[이재만/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2014년 7월 7일) : 밤에 외출한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의원 (2014년 7월 7일) : 보자기에 (서류를) 싸서 들고 다니신다는 그 얘기를 제가 들었거든요.]

[이재만/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2014년 7월 7일) : 글쎄요. 의원님, 제가 보자기에 싸서 뭘 들고 나간 적은 전혀 없고요.]

이 전 비서관은 보자기에 쌌다는 게 당시 서류라고 했다가 다시 책이라고 하는 등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특검의 '특급도우미' 장시호 씨의 진술입니다.

[JTBC '뉴스룸'/4월 25일 : 장 씨는 추가로 특검 조사에서 '이모 최 씨가 삼성동 집에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2층에 금고가 있는데 여기에 있는 돈 같다'고도 했습니다.]

국정원의 돈을 받은 건 이재만, 안봉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윤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도 매달 현금 500만 원이 전달됐다고 합니다. 각각 약 1년을 근무했으니까 약 5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정무수석은 이 돈을 어디에다 썼을까요. 우선 정무수석의 역할입니다.

[민경욱/당시 청와대 대변인 (2014년 6월 12일) : 폭넓은 경험과 여성으로서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간에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니까 사적인 용도가 아닌 업무에 사용했다면 정부와 국회 여야 정당 간 소통을 하는 데 쓰였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겠죠.

그리고 이 돈은 추명호 전 국장이 직접 전달했다고 합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치 공작',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병우 비선보고'에 이어 '돈 전달책'으로 지목되는 등 온갖 추문에 휩싸였는데요. 한 차례 구속 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재청구할 방침입니다.

이번 특수활동비의 불법 전용 의혹에 대해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여야 4당의 입장은 정확하게 2대 2로 나누어졌는데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파상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 : 희대의 세금 도둑질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김동철/국민의당 원내대표 : 천인공노할 반국가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용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실이라면 잘못은 했지만, 그러면 전 정권은 떳떳하냐는 입장입니다.

[정우택/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역대 정권마다 다 이것을 해 왔던 것인데 그것을 지난 정부에다만 맞춰서 마치 청와대가 뇌물을 받은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서 저는 분개합니다.]

[오신환/바른정당 의원 (어제) :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은 DJ 정부 때 없어졌다가 노무현 정부 때 부활했다.]

그러니까 "관행 아니었냐"는 주장인데요. 게다가 자유한국당에서는 '특수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썼다고 스스로 고백한 분도 있죠. 바로 홍준표 대표입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표 (2015년 5월 11일) : 원내대표 통장으로 들어와서, 운영위원장 통장으로 들어와서 그걸 전부 현금화합니다. 당 정책위에 매달 나눠주고 야당이 어려울 때는 야당한테도 돈을 나눠줍니다. 내 활동비 중에서 남은 돈은 내 집에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

발제 마무리하겠습니다. < '뇌물 의혹' 이재만-안봉근…영장 청구 방침 >

관련기사

안봉근 국정원 자금 별도 추가수수 포착…이르면 오늘 영장 국정원, 박근혜 청와대에 매달 1억 상납…총 50억 규모 [단독] 5만원권 다발로…두 정무수석엔 추명호가 '배달' [단독] 조윤선·현기환에도…'월 500만원' 특활비 상납 문고리 권력이 챙긴 수십억 '은밀한 뒷돈'…어디에 썼나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