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이렇게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여마시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생수통 들고 다니며 마시는 모습은 참 드물었죠. 88올림픽 당시, 수돗물을 불신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만 먹는샘물 판매가 잠깐 허용됐는데, 이후 식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다시 판매가 금지됩니다. 이후 업체들이 '국민의 생수 마실 권리'를 주장하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고, 내국인 판매가 그 이후부터 허용이 됐던 거죠.
과거 종종 발생한 상수원 오염사고 때문에 우리는 유독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큰 편입니다. 직접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이 불과 5.4%,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먹는샘물 시장은 엄청나게 커져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20여년 만에 7000억원 규모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과연 먹는샘물이 수돗물에 비해 안전한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먹는샘물은 물을 끌어올리는 곳 자체가 오염되거나 그 과정이 비위생적일 수 있는데 아무 처리 없이 소비자가 마시게 된다는 거죠.
게다가 플라스틱 병에 담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 또 부실한 감시체계도 계속 도마에 올랐는데, 이번 충청샘물 사태에서도 그런 시스템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박소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충청샘물을 OEM 방식으로 제조해 납품하는 금도음료입니다.
창고 앞에 포장된 생수가 쌓여있습니다.
겉면에 '출고 보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물을 취수하다 적발됐습니다.
당시 1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2014년에는 이 업체가 만든 생수에서 불소가 검출돼 수질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때는 영업정지 1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차례 모두 1200여만원과 3000만원의 과징금만 내고 끝났습니다.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겁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는 사이 오염된 생수가 지속적으로 유통됐습니다. 국민 먹거리 문제에 대해선 가장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금도음료는 하루 취수량이 1017톤으로 국내 생수시장에서 꽤 큰 규모의 업체입니다.
충청샘물 외에도 4개의 다른 소형 생수와 두 종류의 정수기용 생수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취수원은 모두 충청샘물과 같습니다.
정수 방법과 생산 공정 또한 비슷합니다.
다른 건 브랜드 이름 뿐입니다.
문제가 된 충청샘물과 같은 시기에 생산된 제품들은 비슷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지자체는 이 업체가 생산한 다른 6가지 제품도 수거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상취재 : 이학진,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