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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입력 2017-09-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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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영국 보수당의 앤 마리 모리스 하원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흑인을 낮춰 부르는 nigger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시민의 비판이 들끓어 발언 공개 한 시간 만에 사과를 해야 했고, 급기야 총리는 모리스 의원에게 당원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영국에서 그리 희귀하진 않습니다.

총리 관저 앞 경관과 말싸움을 하다 상대를 향해 '평민'이라 칭했다는 의혹을 받은 여당 원내대표도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단어 하나가 빚어낸 결과들이었지요.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땡깡'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상대는 국민의당.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난 뒤 "국회결정권을 우리가 가졌다"고 그 당의 대표가 호언했던 당입니다.

지금은 사법부의 명운마저 쥐고 있다고 하니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는 집권 여당의 대표라 한들 사과하지 않고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요.

사실 '땡깡'이란 표현은 공당 사이에 오갈 만한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불거진 논란 사이로 드는 생각.

'땡깡' 이란 단어 하나로 실랑이를 벌이기엔 우리 정치권에 난무하는 말과 말들은 차마 여기서 입으로 옮겨드리기에도 민망한 수준이 아니던가…

정치란 말로 하는 것이라면서 그 말들의 수준이 어떠했던가…

오죽하면 그런 말의 전쟁 뒤에 이어졌던 육탄전으로 인해 국회선진화법까지 만들어냈던 것이 우리의 국회였습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시인 박준은 최근에 내놓은 산문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물며 정치인 여러분들이 그동안 쏟아놓으신 말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모쪼록 '땡깡'이란 말이 우리 정치에서 사과가 필요한 마지막 말이기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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