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7월에는 안양 우체국 집배원이 분신해 숨진 사건이 있었죠. 반복되는 집배원의 죽음에 대해 오선민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 기자, 서광주 우체국 집배원 이길연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 지난 5일이었죠.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볼까요?
[기자]
네, 이 씨는 지난 5일 오후 4시 50분쯤 광주 서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장엔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유서가 있었습니다.
우체국 관계자들이 연락이 안 되는 이 씨의 집을 찾아갔는데 인기척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소방에 신고해 강제로 문을 열었고, 숨진 이 씨를 발견했습니다.
이 씨는 우체국 근처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유가족은 지난 3일 이 씨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씨는 교통사고 이후에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이 씨의 유서엔 "두렵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편물을 배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 중인 이 씨에게 우체국이 출근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저희가 단독으로 확보한 영상을 보시면, 사망 전 날까지 이 씨가 왼쪽 다리를 심하게 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왼쪽 다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내릴 때 필수적으로 딛어야하기 때문에, 이 씨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그런데 유가족은 이 씨가 다쳐 검사를 받는 순간부터, 우체국 측의 출근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오 기자의 말에 따르면 이 씨는 업무 상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고 그래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공무상 재해 처리가 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일반 병가로 처리가 됐던 거죠?
[기자]
이 씨가 소속된 서광주우체국은 무사고 1,000일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이 기록을 이어나가기 위해 병가로 치료를 받게 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또 우체국은 이 씨가 골절상이 아닌 타박상이기 때문에 공무상 재해 처리가 어렵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공상 처리가 아닌 일반 병가와 연가를 내고 치료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가족에 따르면, 우체국 측에서 이 씨가 사망한 후에야 빈소에 찾아와 공상 처리 서류를 내밀었다고 합니다.
[이동하/고 이길연 씨 아들 : (사측에서는) 뒤늦게 저희한테 와서 공상 재해 서류를 내미는 거예요. 유족한테 내밀면 뭐합니까. 서명은 본인이 하는 건데… 관뚜껑 열고 서명을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앵커]
집배원 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 반복적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아주 많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올 한해만 이 씨를 포함해 15명의 집배원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7건이 자살입니다. 나머지 8건은 교통사고, 심정지, 뇌출혈 등입니다.
[앵커]
이 씨처럼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공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는 경우는 굉장히 적다구요?
[기자]
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직업적 특성상,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집배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집배원 90%가 업무 중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비율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