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버스에 급하게 탔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상황에 버스에 충전기가 있다면 안도하시겠지요. 충전기뿐 아니라 물티슈와 휴지, 메모지까지 싣고 달리는 시내버스가 있습니다. 20년 넘게 생계를 꾸리게 해준 승객들에게 보답하려는 기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버스를 윤두열 기자가 타봤습니다.
[기자]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기분 좋은 인사를 들으며 버스에 오르면 낯선 모습이 펼쳐집니다.
버스 앞쪽에 핸드폰 충전기와 메모지가, 다른 쪽엔 물티슈와 휴지가 준비돼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선 승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각종 정보가 흘러나옵니다.
이 버스를 운전하는 김선봉 씨가 만들어 놓은 겁니다.
[송유진/버스승객 : 아침에 버스 탈 때 인사해주셔서 감사하고 휴대폰이 충전되어 있지 않을 때 고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좋아요.]
버스를 몬 지 24년째,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승객들에게 보답할 방법을 고민하다 낸 아이디어입니다.
[김선봉/대구 칠곡1번 기사 : 휴지 좀 빌리겠습니다. 메모지 한 장 없습니까? 이런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해 두었다가 설치하게 됐습니다.]
기사의 살뜰한 배려에 이제 승객들이 메모지에 고마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김선봉/대구 칠곡1번 기사 : 시민들 덕분이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요.]
김 씨는 올겨울엔 독거노인을 위한 수면양말을, 내년 여름엔 시원한 얼음물을 준비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