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쓰러지는데 가축이라고 별다른 수가 있겠습니까."
펄펄 끓는 폭염이 연일 전국을 휩쓸자 가축 수십만 마리가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축산 농가들은 대형 선풍기를 동원하고 지붕에 연신 물을 뿌리는 등 축사 온도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북 지역에서 폐사한 가축 수는 37만3천790마리다. 가축별로는 닭 36만7천909마리, 오리 4천500마리, 돼지 1천381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폐사는 전북에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됐고,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달 21일부터 급증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31개 시·군 중 16개 시·군의 98개 농가에서 12만5천538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닭 12만273마리, 메추리 5천마리, 돼지 265마리가 피해를 봤다.
충북과 전남에서도 폐사가 이어졌다.
충북에서는 최근 한 달 사이 5만7천824마리(닭 5만7천694마리·돼지 130마리)가, 전남에서는 이달 22일부터 사흘 동안 5천500여마리(오리 3천700마리·닭 1천800마리)가 죽었다.
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소의 폐사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유독 닭이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싸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힘든 구조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좁은 공간에 닭을 몰아넣어 키우는 밀집 사육도 폐사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혔다.
농민들은 뜨겁게 달궈진 축사에 물을 뿌리는 등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돼지우리 내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송풍기나 대형 선풍기를 배치했고, 돼지가 열사병 증상을 보이면 시원하고 조용한 곳으로 옮겨 해열제를 주사하기도 한다.
닭 사육농가는 지붕에 차광막을 설치해 햇볕을 막고 환풍기로 환기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소규모 양계장에는 햇볕을 가릴 수 있도록 스티로폼을 이용한 열막이 시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는 축산 농가에 '여름철 주요 가축 관리요령'을 배포해 폐사 피해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축사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며 "피해가 났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축재해보험 가입도 필수다"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