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숨진 김씨는 넉달간 쉬지도 못하면서도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여름철만 되면 시간에 쫓기고 격무에 시달리는 건 에어컨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모든 기사들이 마찬가지입니다. 음료수로 배를 채우면서도 밤 10시까지 일하는 에어컨 기사의 하루를 따라가봤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에어컨 설치 기사가 50kg에 달하는 에어컨과 실외기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29도 무더위, 온몸이 땀범벅이 됩니다.
창문에 매달리며 하는 설치 작업은 아슬아슬함의 연속입니다.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부르지 못했습니다.
[에어컨 설치기사 : 사다리차도 미리 스케줄을 잡아놓지 않으면 못 쓴다고 보시면 돼요.]
시간이 없어 점심 대신 음료수만 산 채 이동하지만 휴대전화는 계속 울립니다.
[죄송해요, 제가 늦게 전화드려서…]
이동과 설치에 서너시간이 걸리는데 여름철에는 하루에만 대여섯집을 돌아야 합니다.
최근 일부 제조사들이 구매 다음날 바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이른바 '즉시 설치 캠페인'을 펼치면서 더 바빠졌습니다.
지난해 에어컨 수리기사 진모씨가 실외기를 고치다 떨어져 숨졌을 때도 기사들은 안전장치를 맬 여유조차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기사들의 업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합니다.
[에어컨 수리기사 : 전혀 변한 것 없죠. 사고는 똑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