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별한 남편의 공무원 유족 연금으로 살던 치매 노인이 다른 노인과 동거를 했다는 이유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 동거인은 간병을 해줬는데요. 법원은 치매 간병을 위한 동거를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없다며, 연금을 계속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서준 기자입니다.
[기자]
81살 박모씨는 1996년도부터 사별한 남편의 공무원 유족 연금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혼자 살던 박 씨는 인근 주민이었던 85살 김모씨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2014년부터 박 씨는 치매 증상이 악화되면서 김 씨의 간병을 받기 시작했고, 이듬해엔 김씨가 아예 박 씨 집으로 들어와 동거를 했습니다.
이에 박 씨 아들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어머니가 사실혼 관계를 시작했으니 더이상 숨진 아버지의 유족연금을 받아선 안 된다"고 신고했고 공단은 연금 지급을 끊었습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공무원의 유족이 재혼을 하거나 사실혼 관계일 경우 권리를 상실한다고 돼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치매간병을 받기 위해 동거를 시작했을 뿐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주며 "박 씨는 치매 증상 악화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던 상황으로 사실혼이 아닌 간병을 위한 동거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박씨가 김씨를 이혼시켰다'는 등 박씨 아들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도 없다"며 공단이 박씨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