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내각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금주 중 가동하기로 한 인사추천위원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참여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도입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와대 내 인사추천위원회는 있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참여정부 당시 인수위의 장관 인선은 '기초 인사자료 분류→인수위 분과별 인사추천회 심사 및 토론→인사추천위원회 심사→검증위원회 종합정밀검증→대통령 당선인과 총리의 최종협의' 등 5단계로 진행됐다.
당시 인사추천위원회는 분과별 인사추천회가 약식 검증을 거쳐 추천한 인사를 심사하는 역할을 했는데, 새 정부의 인사추천위원회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사·민정수석실에서 5∼6배수 명단을 인사추천위에 제출하면 이를 심사해 후보자를 3배수 정도로 압축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는 인사·민정수석실이 2∼3배수로 후보자를 압축하고 약식검증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후보자를 단수 또는 복수로 다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인수위와 비교하면 '인사추천위 심사'라는 단계가 하나 빠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인사추천위 심사 단계가 생략된 만큼 인사·민정수석실 주도로 후보를 압축 및 약식검증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주 중 인사추천위가 가동되면 검증 대상의 폭이 배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다른 수석들이 장관 후보자들의 결격사유와 업무능력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청와대는 검증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치는 만큼 보다 촘촘하게 후보자들의 흠결을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들의 크고 작은 흠결이 노출됐음에도 인사추천위를 가동할 수 없었던 것은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급출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역대 정부는 출범 전 2달여의 인수위 기간을 거치면서 장관 후보자의 인선과 검증 작업을 진행했지만, 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한 까닭에 '준비운동'을 하지 못하고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때문에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청와대 수석조차 그간 상당수가 공석이었다.
참여정부 때 인사추천위원회는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책실장, 인사·민정·홍보 수석이 고정 멤버로 참여했다. 여기에 장관 후보자의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담당 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반면, 새 정부는 청와대 참모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비교적 초기에 임명된 수석들도 취임 즉시 국정운영에 참여한 탓에 초기 조각 단계의 인사에 일일이 참여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발한 까닭에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인사까지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출범 초기의 수많은 인사마다 인사청문회를 열면 수석실 업무가 마비되고 만다"고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의 인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인사추천위원회도 정상가동되는 만큼 청와대의 인사검증 수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