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대우조선에 대한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5년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지 약 1년5개월 만에 추가 지원을 결정하고 채권단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태다
지원안은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되 채권자들도 손실을 분담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대우조선의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절반은 주식으로 바꿔 탕감을 해주고 나머지는 만기를 3년 유예해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우조선 회사채 28.9%인 39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정부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할 경우 대우조선에 꿔준 돈의 절반은 못 받는데다 나머지 절반도 대우조선이 살아나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을 유예하는 대신 직접 실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산은에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산은은 이미 회계법인을 통해 객관적인 실사가 이뤄진 만큼 개별 채권자의 실사는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긴급한 유동성 상황과 별도 실사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재실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자금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 자금지원이 없는 한 4월말~5월초 중 사실상 부도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구체적 방식과 절차는 4월 중 반드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산은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절함에 따라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는 순간 산은을 비롯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손실은 불보듯 뻔할 수 있기 때문에 막판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관련업계에서 막판 타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까닭도 P플랜에 돌입할 경우 국민연금이 3900억원의 회사채 중 90%를 날릴 수 있다는 데 근거를 둔다.
국민연금이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는 17일 채무조정안과 관련한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만큼 국민연금이 이번주 안으로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종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국민연금이 투자한 금액의 대부분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은과 국민연금이 막판 대타협을 통해 대우조선을 살리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한편 정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 사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산은과 국민연금간 채무 조정은 무산될 경우 오는 21일 전에 P플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