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교부가 오늘(11일), 30년이 경과한 비밀 외교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1986년에 작성된 것들이 중심인데요. 공교롭게도 최근 회고록 출간으로 논란의 복판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 양원보 반장 발제는,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요즘 '역사 쿠데타'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는 전두환 회고록, 제가 총 3권 중에 1권만 갖고 있어서, 2, 3권을 마저 사보려고 어제 여의도에 대형 서점을 가봤습니다. 그런데 신간코너에도 없고,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도서 위치를 알려주는 서점 컴퓨터에서 조회를 해봤죠.
아니 그랬더니 세상에, 그 큰 서점에 한 권도 없지 뭡니까. 아예 갖다 놓질 않은 거죠. 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약간 망신스럽겠단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데 오늘도 또 비슷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아시다시피 5공화국의 몇 안되는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대통령 단임제 실천했다는 건데요,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기회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었죠.
[전두환 전 대통령/4·13 호헌조치 (1987년 4월 13일) :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본인의 단임 의지가 확고한 이상 사실 헌법과 관련해서 본인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전두환 회고록에서도 단임 약속을 지킨 데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소정의 임기를 마치고 정부를 평화적으로 후임에게 이양한 것은, 우리 현대정치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자찬까지 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86년 5월 8일 청와대에서 당시 조지 슐츠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면서,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던 겁니다.
[1986년 외교문서/1986년 5월 8일 (음성대역) : 내가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게 하나 있어요. 현재 헌법이 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죠. 그 공언을 안했더라면 지금쯤 야당은 나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을 겁니다.]
공식적으론 국민들에게 단임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전임자처럼 대통령 연임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당시 야당과 재야에선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이었죠. 더 이상 체육관 선거를 통해 간선제 대통령을 갖기 싫다는 게 국민의 요구였습니다.
전 전 대통령 입장에선 본전 생각이 났던 겁니다,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고 했으면, 그걸로도 감지덕지할 것이지, 이젠 대통령을 직접 뽑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하겠단 소릴 괜히 했구만' 뭐 이런 심산이 아니었겠느냐, 풀이를 해봅니다.
전 전 대통령은 86년 4월 5일 유럽순방길에 일본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바로 그 때 당시 히로히토 일왕에게 비행기에서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그 내용은 이랬다는군요.
[전두환 (음성대역) : 폐하. 본인은 아름다운 귀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대한민국정부와 국민을 대신하여 폐하께 정중한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폐하의 건안과 귀왕실과 귀국민의 무궁한 번영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물론 지금도 대일 문서에는 여전히 '천황'이라는 표기를 하고 있다는 걸 참고로 말씀드립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극진한 표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드네요. 아무튼 그러잖아도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은밀한 외교문서까지 공개가 돼, 이래저래 연희동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오늘 기사 제목은요 < 전두환 "단임약속 하지 말았어야"… 후회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