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민주당 탈당과 동시에 국민의당 입당을 결정한 가운데, '김종인계'인 이 의원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더구나 현재는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1위를 달리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탈당해 경쟁 상대인 안철수 후보 쪽으로 옮긴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의원은 일단 이날 오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오찬회동을 한 뒤, 국민의당 입당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이 의원이 탈당한다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 의원은 김 전 대표 측과 소통한 뒤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이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되, 김 전 대표와 안 후보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내 대표적인 '김종인계'로 꼽히지만, 지난 2015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까지는 '안철수계'로 분류됐었다.
이에 옛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이었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도 6일 오찬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비문 연대'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집모 소속의 한 의원은 "이 의원과 같은 분들이 모여 지지표명을 해주면 반패권 개혁연대가 힘을 받을 것"이라며 "그 시작이 이 의원 탈당이고, 이는 더 확대되고 심화될 거다.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이처럼 비문재인계 의원의 '줄탈당'이 이어진다면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비문 연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비문계가 이 의원에 이어 하나 둘 이탈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국민의당 기대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문 후보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에 이를 외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만일 탈당했다가 문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그보다 더 한 정치적 낭패는 없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최명길 의원도 아직은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일례로 이날 열린 김 전 대표의 대선출마 선언식에는 '김종인계' 김성수, 최운열 의원이 참석했지만 이들은 사실상 민주당 내에 남아 김 전 대표를 우회 지원하기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최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사람이 움직일텐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맥락에서 움직일지 저도 모른다"고 밝혔다.
결국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문 후보를 추월한다거나, 문 후보가 당내 비문세력을 껴안는 포용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등의 전제가 있지 않으면 이 의원의 경우처럼 비문계의 이탈을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물론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란 점에서 향후 문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거나 비문연대가 빠른 속도로 가시화한다면 또다른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탈당과 관련, "정치인의 결정은 그 사람의 결단"이라며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