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증인 출석 증언
"미르 등 출연, 靑·朴 관심사항이 기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담하는 자리에 동석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정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을 도와달라고 언급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원동기 흡착제 등을 제조·판매하는 KD코퍼레이션은 최순실(61)씨를 통해 현대차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자신의 아내와 친분이 있는 최씨를 통해 대기업 납품 등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검찰은 김 부회장에게 "2014년 11월27일 정 회장과 증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약품 같은 걸 취급하는 회사가 있다. 사업을 도와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부회장은 "면담 말미에 그런 언급이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사이의 대화 내용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한 건 맞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의 말을 들은 김 부회장은 회사로 돌아가 김모 부사장에게 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가 같이 일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김 부회장은 "'알아보라'고 지시했지만, 가능하면 거래를 성사시켜보라는 취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하게 된 경위에 대한 증언도 내놓았다. 현대차는 양 재단에 총 128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김 부회장은 "청와대 관심사항, 대통령 관심사항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며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주도해 다른 기업들도 거의 다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최씨 소유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정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면담 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팸플릿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김 부회장에게 "증인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가 경제정책 전반을 관장하므로, 가능하면 그의 부탁을 수용해야 했다고 생각했다'며 '부탁을 거절할 경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도 이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