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61)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공단 이사장이 장관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모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 전 이사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지난 2015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직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그는 퇴직 직전 문 전 이사장을 찾아가 나눈 대화를 법정에서 소개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문 전 이사장에게 '저는 이만 갑니다, 열심히 해 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드렸다"며 "그러자 문 전 이사장은 '나도 그만두게 될지 모르겠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문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장관보다 훨씬 더 좋은 자리'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에 저는 사실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공무원으로서 28년 동안 공직에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조금 자괴감을 느꼈다"며 "제가 모셨던 장관 자리가 산하기관보다 못한 자리였나 싶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전 이사장은 지난 2015년 8월 복지부 장관직에서 사임한 뒤,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전 실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이후 문 전 이사장이 장관직 사임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조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거나 할 텐데 장관 이후 바로 중책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이사장과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이사장과 안 전 수석은 서로 의견 교환을 굉장히 자주 한 것으로 안다"며 "문 전 이사장이 안 전 수석의 의견을 상당히 중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이에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이 전 실장에게 "당시 복지부 공무원 사이에서 '문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과 하루라도 통화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 있었던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실장은 "그런 얘기가 돌았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재차 이 전 실장에게 "'문 전 이사장은 업무 처리할 때 독자적으로 결정 못 하고 안 전 수석에게 물어보거나, 설령 결정하더라도 안 전 수석이 반대하면 번복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도 돌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전 실장은 "그런 얘기도 들었었다"고 확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