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11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1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재판관 6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가리켜 "참으로 고통스런 결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이라는 말로 운을 뗀다. 그러면서 "흔히 얘기하듯 큰 과오 없이 무사히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헌법재판관)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다"며 "그런 때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이 권한대행은 특히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며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중국 법가 사상을 담은 '한비자'에 나오는 말을 인용,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며 "이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며 헌재의 탄핵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권한대행은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2013년 이강국(72·사법시험 8회) 당시 헌재소장 퇴임 후 약 3개월간 권한대행을 지낸 바 있어 헌재 역사상 최초로 소장 권한대행을 두 번 맡은 재판관이기도 하다.
198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한 이 권한대행은 2011년 3월 이용훈(75·고등고시 15회) 당시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전효숙(66·7기)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 됐으며 당시 49세로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공직을 떠나는 이 권한대행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 없이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인 지난 10일 미처 떼어내지 못한 헤어롤 2개를 붙이고 출근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