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표현의 자유 등을 짓누른 반헌법적 중대 범죄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깊숙이 개입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공소장에는 이런 리스트가 왜 나왔는지 보여주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회의에서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며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잇따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으면 무조건 좌파 혹은 종북이라는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공소장에는 청와대 회의 때 했던 발언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먼저 2013년 8월 자신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동안 장악했다"며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게 시작입니다.
이 때는 블랙리스트 초안이 문체부에 전달되기 1년 전 입니다.
같은 해 9월, 역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은 종북 세력이 의도하는 것"이라며 "제작자와 투자자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말엔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반정부·반국가 성향 단체들이 좌파의 온상이 되어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 때 김 전 실장은 비서관들에게 정부의 문화예술단체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1970년대로 되돌아간듯, 박근혜 정부는 특정 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찍어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