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3일 당내 대선 후보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공식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4명이나 있지만 지지율이 미미해 상대적으로 '대어'급인 황 대행과 홍 지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양 후보 모두 선뜻 지지하기 힘든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황 대행을 향해 탄핵심판 전 대선 출마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이 안 계신 것"이라며 "그런데 그때 모든 어깨에 짐을 져야 하는데 그때 가서 '내가 출마하겠다' 하면 굉장히 로드가 걸린다"고 황 대행을 압박했다.
황 대행은 최근 대선 관련 여론조사들에서 보수 후보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보수층의 지지가 굳건한 분위기지만 본인의 출마 의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지금까지 황 대행은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항상 '국정안정'을 강조하며 침묵을 지켜왔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내각을 함께 책임졌던 총리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 시국에서 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인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작 자리를 비우고 선수로 뛰는 것에 대한 부적절성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황 대행이 출마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해야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관료 출신으로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본 적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비록 법무장관, 국무총리 청문회를 거치긴 했지만 대통령 후보 검증과는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권 일각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의혹이 제기되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하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준표 지사가 당 안팎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홍 지사에 대해 "모래 속 진주의 역할이 가능하다"며 "예전에는 홍 지사에 대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럭비공이라는 말도 있었고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한국의 트럼프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홍 지사는 우리 보수를 대표하는 분명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날카로운 판단력 또는 비판력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호평도 곁들였다.
하지만 아직 최종심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홍 지사를 섣불리 대표 후보로 내세울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홍 지사가 유죄가 확실하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무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지시킨 당원권을 회복하고 대선 후보로 내세우긴 부담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내 일각에선 홍 지사의 거친 언행과 독불장군식 스타일에 반발하는 기류도 있다. 홍 지사는 최근 "양아치 친박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는 등 당내 주류인 친박계에 대한 비판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 바 있다. 홍 지사는 과거 친박과는 대척점에 서면서 비박계로 분류돼 왔다.
그렇다고 현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안상수 의원, 김진 상임고문 등을 대표 선수로 내세우기에는 대부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지지도가 미미한 상황이라 이도 역시 여의치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지지율이 나오는 황 대행, 홍 지사를 경선에 붙여 흥행시킨 뒤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 임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둘 중 누구를 밀어야 할지, 어떻게 밀어야 할지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