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북 카페인 '시인의 집'에는 자그마한 소녀상이 삽니다.
석 달 전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했던 그 소녀는 방송이 나간 이후 선물을 하나 받았다고 합니다. 아홉 살 꼬마 숙녀 서진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목도리. 제주의 소녀는 바닷바람이 두렵지 않습니다.
요즘은 흔치 않지만 손으로 한 가닥 한 가닥 털실을 엮어 겨울옷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옷은 한 가닥의 실에서 시작됐습니다. 매듭이 또 다른 매듭을 만드는 한 올과 한 올의 이어짐은 포근한 목도리가 되기도 하고 따스한 스웨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꼬불꼬불해진 털실은 따뜻한 김을 쐬면 새것인 양 구김이 펴졌고, 풀어서 다시 뜨면 또다시 새로운 옷으로 변신하는, 한 줄의 실로 시작되는 마법이었지요.
얼마 전 세월호의 가족들이 모여 손뜨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들을 한 땀 한 땀 모아 그리움의 형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마도 손뜨개는 가족에게 진통제와도 같았을 겁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실들은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임을, 잊지 않을 것임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또 다른 실의 가닥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1천 명의 시민은 차가운 바닥에 맨발을 딛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소녀들의 조국은 나라와 나라 간의 합의를 이제 와 국민이 돌이킬 수 없음을 이야기했지만 시민은 잊지 않았고, 아직 사과받지 못했고 그러므로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정부가 끊으라 해서 끊어질 것이 아닌 마음의 긴 이어짐일 것입니다.
그래서였을까. 아직 바람이 싸늘했던 어제(1일) 삼일절. 거리로 나선 올해 여든아홉의 이용수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정부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직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세워진 소녀상에는 하나같이 따뜻한 마음이 이어진 손뜨개 목도리.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