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청 거부 직후인 2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책임 공방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특검법 개정안 발의를 위한 야4당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 자리에서 두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부딪치는 등 공방이 점차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4당 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에서 "야4당이 남 탓하기보다는 지난 탄핵 때처럼 국민의 신임에 충실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당이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에 불거졌던 '선총리 후탄핵' 문제를 재차 끄집어내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혔다.
박 대표는 이에 "남 탓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당이 '선 총리 후 탄핵'을 제안했을 때 대안을 충분히 냈다"며 "최순실-우병우 사단을 청산하고 탄핵을 추진하자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절차를 지키면서 질서 있는 퇴진, 박 대통령 탄핵이 얼마든지 가능했음에도 모 대통령 후보는 혁명적 상황과 청소를 운운하며 이를 거절했다"며 "오늘을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해 변명을 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민주당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들은 공개회의가 끝나고도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추 대표는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준다고 하면 정치인 개개인 또는 각 당이 다 '총리 떡고물'만 바라보고 탄핵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건(선총리 후탄핵) 광장의 촛불민심이나 국민이 대통령 퇴진·탄핵을 들고나온 마당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것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았나. 끝까지 그 고집을 가지고 12월2일에 탄핵안을 발의하자고 하는데도 그때까지 미적대고 안 하고 그랬던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원내대표'라고 칭하며 "(민주당 책임론은) 박 원내대표가 우기는 것이다. 국민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민의당이)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남 탓을 하기 시작했다"며 "사실관계도 복기하면 전혀 맞지 않는 것인데 아전인수, 견강부회 식으로 본인들이 다 잘했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또 "특정 주자를 자꾸 이야기하는 게 정략적이라고 본다"고 발언, 국민의당의 '민주당 책임론' 제기가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박 대표는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후보로서 그런 것(특검연장 무산)을 예측 못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면 자기 입장은 나와야 할 것 아니냐. 민주당이 왜 (선 총리인선에) 반대했는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이었던 지난해 11월부터 주도권 싸움을 펼쳐 왔다. 특히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민주당은 12월2일 표결을, 국민의당은 12월9일 표결을 주장하며 극명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에서 비박계를 이끌던 김무성 의원을 다른 야당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만나는 '돌출행동'을 하며 박지원 대표가 격노하는 등 양당 간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이후 12월9일 표결을 주장하던 국민의당이 '탄핵 반대파'로 몰리자 당 소속 인사가 민주당 및 문 전 대표 지지층을 '문빠', '광신도'로 칭했고, 두 당 간 앙금은 한층 더 깊어졌다.
이와 관련, 박지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 총리인선을 했으면) 탄핵이 안 됐다? 자기들이 (탄핵을) 했나"라며 "비박이 함께 노력해서 한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을 독식한 데 대한 여전한 불만을 드러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