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와대가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의 회장직 선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청와대 개입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파일을 입수했습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회장직을 임명제로 바꿔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 생각이라고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당시 청와대가 언론사 편집국장과 국립대 총장 선출에도 개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의혹이었던 일이 실체가 다 드러나는 요즘입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석달을 앞둔 지난 2015년 11월 16일.
당시 허준영 자유총연맹 회장은 청와대 측 요청으로 서울 한 특급호텔 중식당에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독대했습니다.
당시 대화가 녹음된 파일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이듬해 초 있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방식을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현기환/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2015년 11월) : 이 규정을 바꿔주세요. 규정을 바꿔주시고… 연말 중엔 다 정리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계시니까.]
기존 대의원 선거로 뽑던 방식을 이사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라는 겁니다.
현 전 수석은 이를 대통령 뜻이라며 민주적인 절차가 대통령 지시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기환/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2015년 11월) : 과잉 민주화가 대통령 말씀 하나를 실행할 수 없는…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세요.]
현 전 수석은 언론사 편집국장과 국립대 총장 선출에서도 직선제를 폐지하는 작업 중이라고 밝힙니다.
[현기환/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2015년 11월) : 국립대학 직선제 하는 거 다 바꾸고 있습니다. 부산일보도. 올해 마지막으로 편집장 선거하고 임명제로 바뀌고…]
현 전 수석은 민주적인 선거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밝힙니다.
[현기환/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2015년 11월) : 민주화라는 온상 속에서 너무 많은 선거 과정에서의 비리, 끝나고 난 뒤에 거기에 대한 보상, 이런 걸로 해서…]
실제 자유총연맹은 김경재 회장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4월 추천 임명제를 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