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 외부 노출 꺼린 듯"
안종범, 정동구 검찰 조사 전후 전화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사장직을 제안했고 한달도 안돼 사퇴를 요구했다"며 "K스포츠재단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고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의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구(76)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제가 유명하다며 이사장에서 물러나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이사장은 2015년 12월 안 전 수석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1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여러 사람에게 저를 추천받아 윗분에게 보고드렸다고 했다"며 "윗분은 대통령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안 전 수석 수첩에 정 전 이사장이 적혀있다. 실제 안 전 수석에게 만나보라고 한 이가 대통령이란 사실을 아는가"라고 물었고, 정 전 이사장은 "직접적인 얘긴 안했지만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취임 한달도 안돼 정 전 이사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 정 전 이사장은 "제가 너무 알려져 있다며 이사장을 사퇴하고 고문을 하라고 했다"며 "매우 불쾌하고 황당했고 재단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단 운영에 관여하고 다른 의견을 내 방해가 됐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1회 조사에서 K스포츠재단 김필승 이사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이사장직을 제안받았다가 스스로 사퇴했다고 허위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당시 김 이사가 전화해 전경련 추천을 받아 이사장에 선임됐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이 공격을 받고 있어 저까지 덧붙여 말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도 정 전 이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당일 아침에 전화해 '잘 부탁드린다', '그동안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이사장에 추천하고 해임한 것을 검찰에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지 않냐"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 다음날 김 이사에게 전화를 받았고 '잘 하셨냐'고 해서 '잘했다'고 말했다"며 "안 전 수석도 전화해 '고맙다', '고생했다'며 인사 정도 대화가 오갔다. 김 이사가 원하는 대로 제가 답한 것을 알고 말한 것 아닌지 짐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검찰 진술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최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고영태씨의 녹음 내용 등이 담긴 녹음파일 29개 중 5개를 열람복사하면서 전날 한 신청을 철회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