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단시킨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론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법정에서 보자"고 밝힌 만큼 이 사건은 결국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이 거부된 만큼 중동 및 아프리카 7개국(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이란 예멘 소말리아 수단) 국민과 난민들은 계속 미국에 입국할 수있게 됐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일제히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항소심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는 판사 3명이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본안사건에서의 승소 가능성 ▲행정명령 중단으로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 ▲제3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여부 ▲공익과 대중의 관심 등 4가지 쟁점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상황이 특이하고 흔치 않아 지방법원이 금지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본다"면서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재량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행정명령을 지방법원이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헌법상 대통령은 안보를 위해 사법부와 별도로 어느 외국인이든 출입국을 관리할 수 있는 '재검토 불가능한(unreviewable)'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민과 관련해선 '재검토 불가'에 대한 상황이 불확실하고 이에 대한 판례도 없다"면서 "그러나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 '재검토 불가' 권한에 대해, 헌법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권한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제4수정조항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의 삶과 자유, 재산을 적당한 법절차없이 뺏아갈 수 없고, 헌법 제5수정조항에선 예고없이 앞에서 명시한 것들을 빼앗아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정부는 적당한 법 절차를 따랐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행정명령은 방문학자들과 교수들의 입국을 막아 연구를 못하게 하고 교수진에 합류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이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학과 주에 피해를 준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행정명령이 재개되거나 거부됐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이나 공익 상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 측이 제시한 증거에 비추어, 행정명령을 재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해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종교적 차별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금지'라는 표현을 썼던 것 등을 감안해 종교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이 같은 주장의 심각성과 예민한 이슈라는 점, 정부가 승소가능성과 적당한 법적 절차 등에 충분히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본안 소송에 대해 더 완벽한 브리핑이 되기 전까지 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종교를 차별하는 등 헌법에 위배된다며 워싱턴주와 미네소타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연방 법무부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제9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윌리엄 캔비 주니어 판사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리처드 클리프턴 판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프리드랜드 판사로 구성돼 있다. 클리프톤 판사는 온건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간주되며, 나머지 두 명의 판사는 민주당원으로 온건 자유주의자에 해당한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