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트럼프의 무례한 외교…미 국무부 직원들, 후폭풍 막기 '사투'

입력 2017-02-09 16:53

트럼프 각국 정상들과 전화회담시 국무부 배제

정책보다는 개인간 호불호 선호

국무부 직원들 "대통령이 우리를 안 믿어"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트럼프 각국 정상들과 전화회담시 국무부 배제

정책보다는 개인간 호불호 선호

국무부 직원들 "대통령이 우리를 안 믿어"

트럼프의 무례한 외교…미 국무부 직원들, 후폭풍 막기 '사투'


트럼프의 무례한 외교…미 국무부 직원들, 후폭풍 막기 '사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외교방식으로 인해 미국 국무부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쏟아내는 거침없는 발언 등 일방적이고 정교하지 못한 외교 방식으로 인한 후폭풍을 감당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다른 나라 때문에 미국이 침체에 빠졌다고 말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1월28일 전화회담에서 두 정상은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관한 의견도 나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악용되고 있다는 등 자신의 생각을 주로 언급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에게 "우리가 (나토에) 낸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돈에 대한 강박강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와 올랑드 대통령의 통화는) 어려운 대화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호를 외치듯이 말한데다 대화 내용도 완벽하게 정리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진 세계 정상들과 비정상적 외교의 한 단면일 뿐이다.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하면서 정교하지 못한 외교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 외교관들과 정치인들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과 대담한 적들을 모두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같은 우려를 일체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전국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전화와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리도 "(올랑드 대통령의 경우)전화로 인해 생긴 오해"라며 "두 정상은 나토 하에서 양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정상적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 직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을 성급하게 다루고, 외교정책과 관련해 섣부르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일주일간 있었던 프랑스, 독일, 멕시코, 러시아, 일본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는 국무부가 관련 지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통상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하기 전 국무부로부터 지정학적 흐름 등에 대해 폭넓은 설명을 듣기 마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내는 외교적 난제를 해결하기에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탓이다.

정상외교에 대해 잘 아는 복수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서는 정책보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전화통화를 했다. 미 슈퍼볼 경기가 있었던 지난 5일 통화가 이뤄졌으며, 두 정상은 뉴질랜드 골프 선수인 밥 찰스에 관한 얘기까지 나왔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의 통화 때에서 두 정상은 상호 존경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만 대통령은 반이민과 이란 문제에 있어 강경론자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중 "당신은 내 스타일의 남자야"라고 말하면서 수차례 백악관 초청을 언급했다. 제만 대통령은 4월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체코 정부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성공적인 대화였다"면서 "두 사람 간 화학작용(케미스트리)은 최고였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최고 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인적 호불호를 따져 친절하게 전화통화를 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외교정책의 변화나 정상간 전화통화에 관한 논의는 전문가와 고위 관리들의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모든 업무 중에서 가장 조율이 잘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들(트럼프 참모진)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보다 거슬리는 점은 이 행정부가 전문가나 지난 수십년 동안 그들이 해온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더이상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대사관에 나가 있는 미 외교관들도 보통 백악관의 정책 방향이나 대통령 발언 의도에 대해 국무부에 물어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인준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무부에는 아직 공석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국무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일 정례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교관은 대통령 취임 이후 질문과 답변(Q&A) 세션을 피하는 것을 보고 의구심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특히 멕시코, 프랑스, 독일 등 향후 1,2년 내에 자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있는 외국 정상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에선 이미 미국과의 관계가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국무부 일각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이런 상황을 바꿔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는 인준 첫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독일, 멕시코, 캐나다 외무장관은 물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로 회담했다. 이어 호주, 한국, 일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과도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이 미국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국무부 직원들이 물밑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무부 소속 1000여명의 직원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서명을 해서 수뇌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무부 한 관리는 "우리는 틸러슨 장관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그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뉴시스)

관련기사

트럼프 '환율전쟁'에 직격탄 맞은 원화…불안한 한국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에 '남 탓'…과거 언행과 달라 교황,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멕시코 장벽 정책 '비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