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이달 퇴직을 앞둔 가운데 퇴직금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인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함께 사임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퇴직금 정산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미르·K스포츠 사태에서 주요 대기업들에 모금 실무를 주도한 핵심인물로 논란이 돼 이번달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논란은 이 부회장의 퇴직금이 수십억원대에 달해 지나치게 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과도한 퇴직금 산정이 가능토록 이 부회장이 앞서 내부규정을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0년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013년 2월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상근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하고 사무국을 총괄하는 자리로, 전경련 내부 직원 출신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전경련 관련 한 인사는 "이 전무가 퇴임시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하게끔 규정을 바꿨다는 얘기를 내부자한테 들은 사실이 있다"며 "퇴직금 규정을 바꿨는지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이 전무의 퇴직금 규모가 2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경련 측은 이에대해 "개인 퇴직금은 규모를 밝힐 수 없으며, 이사회 안건은 공개되지 않아 규정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의혹에 대해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권력의 수금창구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 존폐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사실여부를 떠나 그 책임자가 자기 몫만 챙기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다른 문제는 전경련 임원의 보수는 주요 회원사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 경영내용을 모든 회원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여년간 몸담은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은밀하게 규정을 바꿔 거액을 챙기려 했다면 문제"라며 "수입, 지출, 사업내용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전경련의 불투명함이 이런 논란을 빚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회원사들 안팎에서는 전경련과 이 부회장이 이같은 논란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체론에 시달리는 전경련 내부 직원들도 이같은 논란에 상당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전경련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사무국 권한이 세지고 전경련회관으로 임대수익을 내면서 본연의 역할에서 더 멀어졌다"며 "내부적으로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 직원들 대부분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전경련이 추진하고 있는 쇄신안도 이 부회장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체 위기에 빠진 조직의 앞날은 뒷전에 둔 채 자기 살길만 찾는다는 논란에 쌓여있는 사람이 전경련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외부 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해 쇄신안을 마련 중이다.
전경련은 잠정적으로 오는 15일 이사회를 소집한 뒤 23일 연례 정기총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쇄신안에 대한 설득작업과 차기 회장 선출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