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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자유총연맹 동원 앞서 '허준영 길들이기' 했나

입력 2017-02-02 17:54

허준영 회장 당선 직후 직무정지 소송→몇 개월 뒤엔 관제데모 지시
연맹 내부자 "청와대의 허준영 길들이기가 통한 것…협조 관계로 선회"
허준영은 계속되는 동원 요구에 상당한 고민…국정화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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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회장 당선 직후 직무정지 소송→몇 개월 뒤엔 관제데모 지시
연맹 내부자 "청와대의 허준영 길들이기가 통한 것…협조 관계로 선회"
허준영은 계속되는 동원 요구에 상당한 고민…국정화 찬

청와대, 자유총연맹 동원 앞서 '허준영 길들이기' 했나


청와대, 자유총연맹 동원 앞서 '허준영 길들이기' 했나


청와대가 2년 전 당시 허준영(65)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의 취임을 막으려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가 자유총연맹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 관제 데모 지시를 본격화하기 앞서 신임 수장으로 당선된 허씨를 '길들이기'하려는 차원에서 압박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2015년 2월15일에 치러진 15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엔 경찰청장 출신 허씨와 이동복 전 국회의원, 이오장 자유총연맹 전 서울시지회장, 최승우 예비역 육군소장, 윤상현 전 자유총연맹 총재 직무대행 등 5명이 출마했다.

이 구도로 치러질 선거에선 윤 후보 당선이 유력했다. 윤 후보는 영남대 재경총동창회장 등을 역임했고 보수층 인맥이 넓은데다 바로 직전까지 자유총연맹 회장을 직무대행해 선거인단 여론에서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거에 앞서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규정이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됐다'는 논란이 벌어졌고 윤 후보가 그 당사자로 지목돼 결국 자진 사퇴하면서 후보자는 4명으로 압축됐다.

이후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는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후보 진영 간 원색 비난이 난무했고,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었다.

결국 선거에서 허씨가 가장 많은 득표를 해 15대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런데 허씨의 당선은 상당한 이변으로 여겨졌다. 후보들 정치 성향으로 봤을 때 차기 수장으로 유력했던 인물은 중앙정보부·안기부 출신에 '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되는 이동복 전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려대를 나오고 이명박 정부에서 코레일 사장을 지낸 허씨는 '친이계'로 인식됐다.

허씨가 이런 상황을 뒤집고 수장에 당선되자 혼탁 선거의 후유증이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이 전 의원이 허씨를 상대로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 과정에 조윤선(51·구속)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게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의혹이다. 선거 초반부터 차기 회장으로 이 전 의원을 밀었고, 의도와 달리 투표에서 허씨가 당선되자 회장 취임을 막기 위해 이 전 의원 측을 사주, 소송까지 걸도록 했다는 것이다.

뉴시스가 확보한 자유총연맹 내부 문건에 따르면 회장 선거 다음날인 2월26일 연맹 부회장 중 한 명의 측근인 A씨가 이 단체 고위 관계자이자 허씨 측근인 B씨에게 "이동복 후보 측 OOO, OOO이 말하길 청와대 조윤선이가 가집행하라고 했다 한대. 부총재 집단행동 규합하고 있고"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 메시지는 회장 선거 때 허씨의 경쟁 후보 측 관계자 등으로부터 A씨가 직접 들은 얘기를 B씨에게 공익제보하는 차원에서 보내졌다.

또 A씨는 3월3일 B씨에게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가처분이 (법원에) 접수되면 행안부 장관이 법원에 기관협조 요청으로 가처분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이사, 부총재들에게 소문을 내고 있다"는 동향도 알려줬다.

결국 이 전 의원은 3월10일 실제로 법원에 "규정에 어긋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허씨를 상대로 가처분소송을 냈다.

이런 상황 전개는 맥락상 의미심장하다. 청와대가 이 전 의원을 회장으로 밀었는데 막상 선거에서 떨어지자 법원에서 이를 뒤집어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전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진실이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이 전 의원은 가처분소송이 조윤선 정무수석 지시에 따른 것이었느냐는 뉴시스 기자 질문에 "나는 뭐 거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없다"며 어떤 말도 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A씨는 뉴시스 기자에게 "선거 때 이 전 의원이 청와대가 자신을 밀고 있다는 말을 스스로 얘기했었다. 이 전 의원이 입후보하는 데 조윤선 정무수석이 역할을 했다고 연맹 관계자들도 얘기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허씨의 회장 취임이 마뜩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자유총연맹에 관제 시위를 지시하게 된다. 그해 4월 법원이 허씨의 회장 당선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가처분소송을 기각하자 청와대는 몇달 뒤부터 연맹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는 각종 관제 시위를 요구했다.

만약 청와대와 허씨가 갈등 관계에 있었다면 이런 지시 및 실행이 불가능했을 텐데, 실제로는 상당히 원만한 협조 관계가 표면상 이어졌다.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잇따른 문자 메시지를 매개로 자유총연맹은 2015년 10월께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반대 집회 등을 열었다. 이때는 현기환 정무수석 재임(2015년 7월~2016년 6월) 시절이었다.

심지어 자유총연맹은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 회원들을 '박수 부대'로 동원하기까지 했다.

역시 청와대 요구대로 '노동 개혁 5법'과 '경제 활성화 4법' '한·중 FTA' '테러방지법' '복면착용금지법' 등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광고를 중앙일간지에 게재하는가 하면, 이들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비난하는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 및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총연맹 내부자는 "청와대의 '허준영 길들이기'가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맹 전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는 애초에 허준영 회장 취임에 반대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해지자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것"이라며 "허 회장은 2015년 9월께까지 청와대와 '밀당'을 했으나 그 이후엔 어느 정도 청와대 요구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허씨는 계속되는 청와대 요구에 응하면서도 내심 고민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지시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청와대 정무수석실 정관주 비서관이 직접 나서서 허준영 회장과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도와주셔야죠'라고 말했다"면서 "허 행정관이나 정 비서관이 '(현기환) 수석께도 말씀 드린 사안이다', '수석이 관심 갖고 계신다'며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와대는 몇몇 과격 단체의 이름을 거론했고 우리를 향해선 비난 섞인 말로 '연맹이 너무 점잖다. 더 전투적이 돼야지 그래서 되겠냐'고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 문제로 허 회장이 상당히 고민했다.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야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국정화가 맞느냐며 난색을 보였다"면서 "허 회장은 재임 시절 '보수는 원칙과 법질서를 지켜서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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