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지근거리에서 지시를 받고 활동했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실무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31일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8차 공판에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서 최씨의 지시를 직접적으로 수행했던 이들이 법정에서 최씨와 청와대의 연결고리에 대해 어떤 증언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김 사무부총장은 미르재단 근무 당시 최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과 수차례 회의를 하며 최씨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사무부총장은 차 전 단장의 추천으로 미르재단에 들어가 최씨와 차 전 단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돼왔다. 차 전 단장 측은 KT로부터 광고 수주 특혜를 받은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가 최씨 회사라며 "김 사무부총장이 모든 운영을 총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한선 전 미르재단 이사는 법정에서 차 전 단장과 김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이들과 최씨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63빌딩에서 만난 사실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최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전 이사는 이어 "김 사무부총장은 K스포츠재단에 자주 와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최씨가 김 사무부총장에게 신생재단이니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알고 있다"고도 밝혔다.
박 전 과장은 K스포츠재단이 추진한 사업과 관련해 롯데와 SK 등 기업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기획안을 작성하고 면담을 진행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 강요 행위가 있었는지, 최씨의 구체적인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등을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전 과장은 "박 대통령이 퇴임 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특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는 박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 없는 존재"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필요할 땐 이용하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법정에서도 최씨와 박 대통령, 김 전 실장 등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할지 주목된다.
최씨 재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태블릿PC에 대한 언급도 재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과장은 국회 국조특위에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에 대해 "최씨의 것인지 확실히 모른다"고 했다가 "최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검찰은 이날 최씨 소유의 미승빌딩에서 확보한 외장하드와 관련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씨 측 변호인은 "외장하드의 저장 문건이 증거로 제출되는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인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774억원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