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인터뷰를 한 건 역설적이만 여론전을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답변 하나하나를 보면 여론전을 위한 전략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역설은 어제 인터뷰가 탄핵 심판 중인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되레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서복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우선, 인터뷰 시점부터 주목해야 할 거 같은데요.
[기자]
설 연휴 직전이었죠. 설 연휴에는 가족이나 친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여론 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설 연휴 직전에 인터뷰를 했다는 점에서 결국 여론전을 위한 인터뷰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내용도 실제로 그렇지요.
[기자]
네, 어제(25일) 인터뷰 문답은 여러 가지면에서 우리 사회를 칼로 자르듯 나눠서 가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촛불'과 '태극기'라고 분명히 양분하는 구도,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려고 한 걸로 보이고요.
그런데 지금 중도 보수층에서도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이 78%가 나온 게 그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론 분열을 더해서 물타기까지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어제 세월호 참사 질문에 여성비하 얘기를 꺼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 문제는 여성이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했느냐 하는 문제 제기 아니겠어요? 현안 이슈도 언급을 많이 했잖아요?
[기자]
네, 의혹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교묘하게 사드 얘기를 꺼냅니다. 그 중 한 대목을 들어보시지요.
[북한의 핵미사일 이런 위협으로부터 우리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최소한의 방어시스템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건 아주 잘못된 나라지요.]
지금 각종 범죄 혐의와 의혹이 핵심인 탄핵정국인데요. 그런데 이념 구도로써 새로운 안보 이슈를 꺼낸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손발이 묶여 있다고도 하면서도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상당히 압박을 해보려고 힘을 쏟는데 벌써 영향이 많이 가고 있다. 끝까지 잘 마무리가 돼야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직무 정지 중인데. 그런데 이것이 여론전에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박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노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국민에 비하면 지지층은 소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탄핵 찬성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도 그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결국 지지층 결집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 국민은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히려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제 박 대통령의 인터뷰를 봤다면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특검 수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기자]
한마디로 얘기하면 박 대통령의 어제 인터뷰는 특검 수사에 득이 될 건 없다고 보여집니다. 통상 검찰은 조사 전에 상대의 전략을 알려고 합니다. 허점을 깨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실상 패를 다 보여줬습니다. '블랙리스트 모른다' '최순실 비리 몰랐다', 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특검은 사실상 무대응을 하고,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수사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사실 그건 패라기보다는 그냥 모든 의혹과 혐의 전면 부인인데요, 그건 최순실 씨와도 똑같은 상황이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순실 씨는 지금까지 모든 걸 부인했습니다. 예로 하나만 말씀드리면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본인이 직접 지시했던 최측근,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 노승일 k스포츠 재단 부장도 당초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셀카까지 찍었던 태블릿PC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이처럼 거짓말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건 향후 형사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앵커]
그 태블릿PC는 자꾸 얘기가 나옵니다만 사무실에 있었다는 것을 본인도 전화로 실토했잖아요. 안다는 걸.
[기자]
대통령 역시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인정한 내용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냥 무조건 부인만 했습니다. 사실상 최순실 씨와 같은 전략인 건데 역시 수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헌재 탄핵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역시 유리할 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죠. 대신 대리인단이 나가고 있는데요. 대리인단은 사실 박 대통령의 주장을 대신 전달하는, 말 그대로 대리인단일 뿐입니다.
그런데 뻔히 물증이 있고, 이미 관련자의 진술 조서가 제출됐고 헌재에서의 증언까지도 들었는데 박 대통령이 전면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르쇠로 나온다면 박 대통령을 대리하는 대리인단의 주장을 헌재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앵커]
시간 끌기 전략 중의 하나는 대리인단이 사퇴해버리는 방법, 이건 대리인단도 그 의중을 비쳤잖아요,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그게 별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잠시 후 팩트체크에서 짚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복현 기자였습니다.